「스피드 011」 SK텔레콤과 「1백% 디지털」 신세기통신은 이제 더 이상 앙숙관계가 아니다.
개인휴대통신(PCS) 3사가 PCS의 차별성 부각을 위해 기존 휴대폰사업자에 대한 십자포화를 연일 퍼부으면서 소비자들이 PCS쪽으로 쏠리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사업자들은 따라서 「PCS는 사용주파수만 다를 뿐 기존 이동전화와 기본적으로 동일한 서비스」라고 강조하면서 PCS 바람을 차단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탓인지 지난해 초 사활을 건 주파수 쟁탈전을 벌였던 양사는 최근 들어 소모적인 시장쟁탈전을 지양하고 정책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공동보조를 취하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다.
휴대폰 업체들은 우선 PCS가 셀룰러 이동전화의 일종이라는 점을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PCS사업자들이 첨단 이동통신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는 데 대해 휴대전화 사업자들은 오랜 기간동안 검증된 기술과 축적된 노하우, 전국적인 서비스 커버리지 등 품질면에서는 PCS가 기존 휴대폰을 따라올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단 하나 PCS에 비해 비교열위를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은 통화음질과 관련된 것이다. CDMA방식의 디지털 이동전화에는 음성을 디지털 코드로 변환하는 보코더라는 부품이 있는데 현재의 이동전화 시스템은 8kbps 보코더를 쓰고 있는 반면 PCS는 13kbps보코더를 사용함으로써 보다 또렷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게 PCS사업자들의 자랑거리다.
그러나 보코더 문제가 등장하자마자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은 EVRC(Enhanced Variable Rate Coder)라는 신기술을 도입, 음질논쟁마저 잠재우려 하고 있다. 양사는 더 나아가 8kbps보코더를 그냥 사용하면서도 음질을 개선한 EVRC기술에 비해 PCS에서 사용되는 13kbps보코더는 주파수 효율이 떨어진다며 기술우위를 내세우고 있다.
이같은 대외 이미지 싸움 한편으로 휴대전화 사업자들은 서비스 커버리지의 확대, 선택요금제 다양화, 부가서비스 개발 등 대고객 서비스 개선작업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PCS를 따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말까지 6천억원을 투입해 전국 1백93개 읍단위 이상의 지역과 주요 고속도로, 관광지, 지하공간까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전국 인구대비 95%수준까지 서비스 커버리지를 높일 계획이다.
또 일반요금 외에 프리미엄요금, 이코노미요금, 비즈니스요금 등 요금체계를 4가지로 다양화하고 단문메시지전달서비스, 발신번호확인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개발해 PCS와 차별화해 나갈 계획이다.
신세기통신도 올해 말까지 인구 대비 95%지역까지 서비스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내년 초에 강남, 원주, 전주, 제주 등 4개 교환국사를 추가로 완공하는 등 서비스 품질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PCS사업자들이 시범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바람몰이를 하던 9월에 비해 PCS 상용서비스가 시작된 이후에는 오히려 휴대전화 사업자들의 긴장이 풀린 듯한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PCS사업자들을 긴장시켰던 SK텔레콤의 요금인하설도 없었던 일이 됐으며 신세기통신은 대리점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오히려 삭감하는 의외의 조치까지 단행했다.
이는 PCS단말기의 공급부족으로 우려(?)했던 만큼의 PCS바람은 일어나지 않고 있어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다소 느긋해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