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동통신 단말기시장을 집중 공략하라.」
SK텔레콤, 신세기통신에 이어 한솔PCS, 한국통신프리텔, LG텔레콤 등 개인휴대통신(PCS) 3사가 지난 10월부터 상용서비스를 본격 개시함에 따라 사업자들 간의 가입자 유치경쟁 못지 않게 단말기 제조사들의 시장쟁탈 경쟁도 치열하다.
올해 국내 이동통신 단말기시장은 디지털 휴대폰 및 PCS단말기를 포함해 대략 1조7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며 98년에는 2조3천4백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앞으로 2001년까지 5년간 총 8조9천억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토란」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범세계 위성휴대통신(GMPCS) 및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등 이 분야에 새로운 서비스가 잇따라 도입됨에 따라 단말기시장도 만만치 않게 성장해 또 다른 황금시장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재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시장은 단연 PCS 단말기시장이다. CDMA 4사 가운데 삼성전자, LG정보통신, 현대전자 등 3사가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PCS 단말기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름을 바꾸거나 모델을 다양화하는 등 경쟁을 확대하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아날로그, 디지털 휴대폰시장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애니콜」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 「애니콜 PCS」로 제품이름을 확정하고 선두자리를 확고히 굳히겠다는 마케팅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맞서 「프리웨이」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LG정보통신은 「싸이언」으로, 「디지털 시티맨」을 공급하고 있는 현대전자는 「걸리버」로 각각 이름을 바꾸고 「삼성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디지털시장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던 모토로라 역시 이달께 새 모델을 출시해 국내업체들과의 시장쟁탈전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PCS 단말기시장의 1위자리를 과연 어느 업체가 차지할 것이냐도 새로운 관심거리다. 대체적으로 아날로그시장에 이어 디지털시장에서도 여전히 수위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디지털시장에서 한때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가 삼성전자에 자리를 내어준 LG정보통신 간의 양자대결로 압축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현재 디지털시장에서도 이들 양사의 시장점유율이 80%가 넘는 등 절대강자의 자리를 확고히 다지고 있는데다 PCS사업자들의 조기 상용서비스에도 불구하고 단말기를 먼저 출시하는 등 경쟁업체들에 비해 한발 앞서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전자와 모토로라, 퀄컴 등도 양사와 비슷한 시기에 단말기를 출시,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노리고 있어 변수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LG정보통신이 그간 디지털시장에서 축적해놓은 저력이 PCS 단말기시장으로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이들 후발업체가 1위를 차지하기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변수는 많으나 디지털 휴대폰시장이 삼성과 LG정보통신 위주로 진행돼왔듯이 PCS 단말기시장의 1위 자리도 양사간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나머지 업체들은 내년쯤에 가서야 본격적으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삼성과 LG정보통신은 올해 말까지 각각 90만대와 70만대의 PCS 단말기를 공급할 예정이어서 물량면에 있어서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동통신 단말기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이 분야 사업에 참여하는 신규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삼성전자 등 기존 CDMA 4사 외에 팬택, 엠아이텔, 해태전자, 한화정보통신 등이 이미 퀄컴과 계약을 맺고 PCS 단말기시장에 속속 참여했고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조차도 같은 계약을 체결하고 시장진출을 준비중이다.
특히 스탠더드텔레콤, 세원텔레콤 등 중소통신기기 4사가 설립한 씨너텍정보통신(가칭)의 출현은 국내 이동통신기기 시장경쟁을 본격화하는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더욱이 이들 업체가 단말기 생산에 나서는 내년 초반부터 CDMA 디지털 휴대폰 공급경쟁도 4사체제에서 8사체제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씨너텍정보통신에 참여하고 있는 중소통신기기 4사가 디지털 휴대폰도 생산할 수 있는 계약도 동시에 맺었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 시장인 이동통신 단말기시장을 놓고 PCS가 디지털 휴대폰과 경쟁해 어느 정도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단말기 제조사들의 마케팅도 상당한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나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들의 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CS 서비스가 활성화하면 상대적으로 디지털 휴대폰시장이 위축될 것은 뻔한 반면 PCS가 당초의 기대만큼 부응하지 못할 경우 디지털 휴대폰시장이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기존의 디지털 휴대폰이 그간 가입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입지를 굳혀왔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디지털 이동전화서비스가 상용화한 지 1년6개월이 됐으며 가입자도 현재 2백50만명이 넘는 반면 PCS 가입자는 고작 20만여명에 불과해 수적으로 절대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기적으로 PCS상용서비스가 초기상태이고 단말기도 크게 부족해 여건이 불리한 상태에서의 경쟁을 비교한다는 것이 무의미하다. 따라서 PCS사업자들은 단말기 부족현상이 해소되는 연말부터 이동전화 사업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돼 결과는 내년에 가서야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PCS사업자들은 PCS단말기의 보코더가 디지털 휴대폰의 8kbps급보다 1.6배 뛰어난 13kbps급으로 음질이 더 또렷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알리고 가장 중요한 단말기 가격도 30만원선으로 낮춰지면 휴대폰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PCS 단말기시장의 활성화에 새로운 변수는 제품 공급사의 다양화를 들 수 있다.
기존의 디지털 휴대폰 공급사는 삼성전자 등 4사와 핵심텔레텍 등 4사를 합해 8개에 불과하지만 PCS 단말기는 이들 업체 외에도 팬택 등을 포함해 내년에 20여개가 넘을 것으로 전망돼 시장활성화의 새로운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OEM방식으로 디지털 휴대폰 등 이동통신기기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도 최근 단말기시장에 나타난 변화다.
LG정보통신과 팬택이 이 분야의 협력관계를 체결하고 연말에 관련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며 지난달에는 현대전자와 한창이 제휴해 내년부터 디지털 휴대폰 및 PCS단말기를 생산 공급하기로 하는 등 단말기 공급사끼리의 제휴가 활발하다.
국내 CDMA 관련 단말기 공급사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국내시장의 성장세를 발판으로 해외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홍콩의 이동전화사업자인 허치슨과 1년 동안 4만대 2천만달러 상당의 CDMA방식 디지털 휴대폰을, 미국 PCS사업자인 스프린트와 오는 99년까지 2년 동안 1백70만대 6억달러 상당의 PCS 단말기를 공급하기로 잇따라 계약을 체결하고 현재 출시중이다.
LG정보통신도 미국의 지역전화사업자인 아메리텍과 CDMA 디지털 휴대폰 15만대 수출계약을 체결, 지난 8월부터 수출중이며 98년에는 PCS상용서비스에 대비한 단말기 수출계약도 추진하고 있다.
또 중앙아시아 아르메니아공화국에 2천5백만달러 규모의 CDMA이동전화 장비 공급계약 체결을 계기로 단말기의 추가수출 상담을 펼치고 있으며 중국 광주지역과 베트남 등에도 단말기 수출을 추진중이다.
현대전자 역시 98년 중반 PCS상용서비스에 나설 미국 캘리포니아지역 PCS사업자인 GWI와 단말기 공급계약을 진행중이어서 이른 시일에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업체들은 이같은 수출이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오는 2001년 세계 CDMA 단말기 강대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DMA 관련 단말기가 수출효자품목으로 부상할 날도 멀지 않은 셈이다.
<김위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