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와 후지사진필름이 지난달 「HiFD(High capacity Floppy Disk)」라는 대용량 플로피디스크(FD)시스템을 공동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참여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차세대 FD시스템 시장이 열기를 더하고 있다.
HiFD는 양면 2백MB급의 대용량화를 실현하고 초당 3.6MB의 높은 전송속도를 갖추고 있으며 기존의 3.5인치 FD와 호환되는 고성능, 대용량 FD시스템으로 현재 「Zip」 「슈퍼디스크(구 LS-120)」 「UHC」 등이 3파전 양상을 보여왔다.
소니와 후지사진필름의 공동 작품인 HiFD는 후지사진필름의 초박층 도포형 메탈디스크 기술 「아톰(ATOMM:Advanced super Thin-layer & high Output Metal Medium)」을 더욱 발전시켜 채용함으로써 기록용량을 기존 3.5인치 FD보다 약 1백40배 큰 2백MB로 크게 높였다.
용량 2백MB는 ZIP의 2배, 슈퍼디스크의 1.6배에 해당한다. 아톰기술이란 지난 92년 후지사진필름이 세계 최초로 개발해 저장매체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첨단 저장기술로 ZIP디스크를 포함한 컴퓨터 미디어분야와 비디오테이프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HiFD시스템은 또 듀얼 디스크리트 갭 헤드(Dual Discrete Gap Head)방식을 채용해 기존의 3.5인치 FD와의 기록, 재생에 호환성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이 시스템은 3.5인치 FD로부터 데이터를 읽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입력도 가능해 현재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3.5인치 FD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듀얼 디스크리트 갭 헤드방식이란 고밀도 기록용의 좁은 갭과 3.5인치 FD용 광폭 갭을 모두 갖춘 것을 의미한다.
HiFD시스템은 특히 헤드가 하드디스크처럼 자기부상형으로 설치돼있어 헤드의 마모율이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회전속도도 분당 3천6백회전으로 책정돼 있어 데이터 전송속도가 초당 최대 3.6MB로 매우 높다.
이 제품에는 또 헤드로딩을 부드럽게 하는 새 기술이 채용돼 디스크의 마찰을 크게 줄였으며 에러정정기능도 탑재돼 신뢰성이 매우 높다.
FD시스템은 하드디스크의 용량확대와 네트워크 환경의 급속한 발달을 배경으로 최근 들어 그 필요성이 다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대부분의 PC업체들이 표준으로 탑재하고 있는 매우 친근한 필수 주변기기의 하나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중요한 문서나 프로그램을 별도 저장하는 데 익숙한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그 수요가 유지되면서, 최근에는 정보량의 대폭적인 증가와 더불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대용량, 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차세대 시스템에 대한 요망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차세대 FD시스템 시장을 겨냥한 업체들의 발걸음 또한 분주함을 보여왔다.
현행 3.5인치 1.44MB급 FD시스템을 대체할 포스트 FD시스템 자리를 겨냥해 가장 먼저 출시된 제품은 미국 아이오메가와 일본 후지사진필름이 공동 개발한 ZIP드라이브이다.
ZIP드라이브는 용량 1백MB의 자기디스크로 기존 FD와의 호환성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용량 FD시스템 시장의 첫 주자라는 프레미엄을 무기로 ZIP드라이브는 최초 시판된 지난 95년 3월 이후 9월 말까지 전세계 누계 출하대수 8백만대를 기록했다. 아이오메가측은 이같은 출하실적을 바탕으로 『포스트 FD시스템 경쟁은 끝났다. 곧 ZIP드라이브가 기존 FDD를 완전히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ZIP드라이브보다 한발 늦게 차세대 FD시스템 시장에 진출한 슈퍼디스크드라이브 진영의 미국 이메이션과 일본 마쓰시타고토부키는 현행 FD와의 호환성을 강조하면서 『포스트 FD시스템 자리는 우리 차지』라고 주장해 왔다. 슈퍼디스크는 현재의 FD와 호환성이 있을 뿐 아니라 용량도 ZIP드라이브보다 큰 1백20MB로 현재 시판된 FD시스템 가운데 가장 커 이 같은 주장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전송속도가 ZIP드라이브보다 다소 늦다는 약점이 지적돼 왔다.
가장 늦게 차세대 FD시스템 시장진출을 표명해 3파전 구도를 형성한 제품이 미쓰미전기 등이 발표한 UHC. 기존 FD시스템과 하위 호환성을 지니면서 용량도 1백28MB로 큰 이 제품은 그러나 지난해 9월 시제품이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구체적인 제품화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어 상용화 가능성이 미지수로 남아있다.
따라서 현재 3파전의 양상을 띠고는 있으나 실제 시판된 차세대 FD시스템은 ZIP드라이브와 슈퍼디스크 등 2개 제품이다. 양 제품 진영 모두 내년부터 시판되는 PC에 자사 제품이 표준 탑재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 PC업체들의 자세는 그다지 선명하지 않다. 이를 바꿔 말하면 차세대 FD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아직도 초기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후지사진필름과 소니의 HiFD시스템이 3파전 양상을 띠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차세대 FD시장에 본격적인 참여를 결정한 이유도 이같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소니는 현 3.5인치 FD시스템을 개발했던 업체이고 후지사진필름은 ZIP드라이브 등이 채용하고 있는 아톰기술을 처음 개발한 업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할 때 차세대 FD시스템 시장에 뒤늦게 참여한 HiFD는 그 인지도를 무기로 시장의 구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이번 HiFD에 대해서는 현재의 FD시스템 주요 생산업체인 일본의 알프스전기와 티악이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알프스전기와 티악은 현재 각각 월 1백80만대와 월 1백만대의 생산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로 기존 FD시스템 시장에서 소니, 알프스전기, 티악 3개사가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은 50%에 이른다.
따라서 이같은 점유율을 기반으로 할 경우 차세대 FD시스템 시장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되며 뒤늦게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다른 경쟁업체들에 비해 매우 유리한 생산 및 보급체계를 갖춰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UHC를 개발한 미쓰미전기 조차 HiFD에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어 이번 HiFD의 차세대 FD시스템 시장참여는 UHC가 제외되는 새로운 3자구도를 형성함은 물론 업계 순위변화를 몰고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소니와 후지사진필름은 이달 17-2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컴덱스에 이 제품을 출품한 뒤 내년 3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한국후지필름도 이 시기에 맞춰 한국시장에 이 HiFD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출시할 계획을 갖추고 있어 차세대 FD시스템 시장경쟁은 내년부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