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볼룸버그, 웹기능 TV 서비스]

『TV와 인터넷은 경쟁할 것인가, 아니면 보완관계가 될 것인가.』 인터넷의 빠른 성장과 함께 TV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보고 듣는」 기존 방식에, 「정보를 읽을 수 있는」 인터넷과 유사한 기능을 대폭 첨가한 TV가 나와 소비자들의 관심를 끌고 있다.

1백만명의 시청자를 가진 미국의 케이블TV인 블룸버그TV는 TV 화면의 반을 문자정보로 채워 방송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다. TV는 물론 라디오, 잡지, 인터넷을 가지고 있는 종합 미디어업체로 24시간 뉴스를 내보내는 블룸버그TV는 화면의 오른쪽 위에서부터 왼쪽 아래까지 자형으로 일기예보, 주식시장 정보, 스포츠소식 등을 매시간 내용을 바꾸어가며 방송하고 있다.

블룸버그TV는 이러한 시도를 「모든 정보를 하나의 화면에서 해결하세요」라는 광고문구에 담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TV와 컴퓨터를 모두 켤 필요가 없도록 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한다.

TV화면에 문자를 함께 실어내보는 서비스는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CNN 헤드라인 뉴스의 경우 화면 아래쪽에 항상 시장정보, 스포츠정보를 실은 문자방송을 함께하고 있다. 다만 정보를 화면의 반으로 확대한 방식은 블룸버그TV가 처음이다.

한편으로는 인터넷과TV를 결합하고자 하는 의도로 개발된 웹TV와 비슷하지만 웹TV가 키보드와 보조장치를 달아 TV화면으로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도록 해 기존의 TV로는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없도록 한 매체라는 점에서 블룸버그TV와 웹TV는 다소 다르다. 블룸버그TV는 인터넷과의 경쟁에서 기존의 TV기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끌기 위한 새로운 선택인 것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보브 딜런의 동영상과 노랫말을 보고 읽으며 뮤직채널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동영상과 문자 사이에 부조화가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관계자들은 이 TV가 젊은이들에게는 웹과 비슷한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블룸버그TV의 시도에 대해 업계에서도 여러 가지 해석이 구구하다. 하나의 화면에서 일기예보를 비롯한 기본적인 정보를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다른 채널로 바꾸는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지적한다. 채널이 수십개에 이르는 케이블TV 방송에서 시청자들을 잡아두려면 색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보를 소화하게 되면 적어도 기상채널이나 시장정보 관련채널로는 옮기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더욱이 블룸버그TV는 그 정보를 매시간 새롭게 바꾸기 때문에 그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하나는 대형 화면을 가진 TV 수상기를 팔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이다. 화면에 나오는 여러 가지 정보를 읽으려면 화면이 작아서는 안된다. 숫자와 단어를 제대로 읽으려면 수상기가 커야 한다. 12인치 이하의 수상기에서는 정보를 읽기가 피곤하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외에도 블룸버그TV가 취재인원이 적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보기도 한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볼 때 정보사회로 돌입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정보고속도로를 구축하기 위해선 매체간의 합병이 불가피한데 블룸버그TV의 시도도 이러한 합병의 한 단계로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해석 중 어떠한 것이 타당한 것인지는 좀 더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블룸버그TV의 이번 서비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NBC가 합쳐 만든 MSNBC나 CNN같은 뉴스채널이 모두 인터넷 상에 자신들의 웹사이트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현상황에 대한 「블룸버그식 대응」이라는 데는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정보와 이미지가 하나의 화면에 조화롭게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견해와 어중간한 서비스가 될 거라는 등 견해가 상당히 엇갈리고 있다. 어쨌든 이번 블룸버그TV의 성공여부는 매체간의 고정된 역할이 앞으로 계속 바뀔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현실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시카고=이정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