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기가비트이더넷 장비 도입시기 고민

「기가비트 이더넷을 언제 도입하는 것이 좋은가.」

네트워크를 새로 구축하거나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 단체들이 이번달 대대적으로 출시된 기가비트 이더넷 장비의 도입여부와 그 시기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기가비트이더넷은 표준화가 완료되지 않았고 멀티미디어데이터 전송에 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네트워크에 대해 전문지식이 거의 없는 일선 전산담당자들이 「기가비트이더넷을 도입했을 때 사고없이 운용할 수 있을까」라며 도입을 망설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네트워크 전문가들은 실제로 기가비트이더넷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시스코시스템즈, 스리콤, 베이네트웍스, 케이블트론, 디지탈 등 네트워크업체들 대부분이 동시다발적으로 관련 장비를 내놓아 선택의 폭을 넓혀놓은 것도 이러한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가비트 이더넷은 근거리통신망(LAN)의 한 종류로 10Mbps급 이더넷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1백배 빠른 네트워크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데이터 전송속도만을 놓고 따진다면 「미래의 네트워크」로 불리는 비동기전송방식(ATM)의 최대 6백22Mbps보다 거의 2배 빠른 가히 혁명적인 네트워크다.

또 기가비트 이더넷은 현재 구축된 네트워크의 80% 이상을 점하고 있는 이더넷과 별반 차이가 없어 구축 즉시 기존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으며 관리도 용이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단지 달라진 게 있다면 사용되는 케이블의 사양이 카테고리 3, Mbps, C+ UTP 케이블에서 그 이상의 규격과 용량을 지니는 고급 케이블 및 광케이블로 바뀌어야 한다는 정도다.

네트워크 전문가들은 이같은 기가비트이더넷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로 「2:8의 룰」이 역전됐다는 점을 든다. 네트워크 전체에 유통되는 데이터를 10으로 봤을 때 워크그룹 데이터량이 8, 백본 데이터량이 2를 차지한다는 규칙이 최근들어 그 반대가 됐다는 얘기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백본네트워크인 기가비트 이더넷을 수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물론 이 경우 기가비트 이더넷 이외의 대안으로 ATM이 꼽힌다. 그러나 ATM은 멀티미디어데이터 전송이 확실한 반면 아직까지 구축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표준화문제 역시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현재 1백50여개 네트워크업체를 회원으로 보유한 기가비트이더넷연합은 오는 98년 3월경까지 표준화를 완료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기가비트 이더넷 표준화작업에 대해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체들간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더넷 기반의 기가비트이더넷 스펙을 공통으로 지정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다.

기가비트 이더넷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것은 멀티미디어데이터 전송이 ATM만큼 강력하지 못하다는 점.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기가비트이더넷은 ATM의 강점으로 인식된 QoS를 일정부분 지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각종 기능을 통틀어 판단할 때 기가비트이더넷은 ATM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솔루션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기가비트 이더넷 도입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문제는 가격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기가비트 이더넷 장비는 ATM보다 약간 비싼 편이다.

이와 관련, 네트워크업체들은 『현재 시중에 공급되기 시작한 기가비트 이더넷 장비는 ATM보다 약간 비싼 편』이라며 『구축이 급하지 않다면 가격이 떨어지는 내년초 정도까지 기다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이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