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한다. 러시아의 지방으로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50년대형 구식 진공관 라디오라든지 모스크바의 집집마다 설치돼 있는 라디오 안테나선은 과거를 상징한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위성통신을 비롯한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컴퓨터로 치면 XT와 286 그리고 펜티엄급이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다.
인터넷은 아직 러시아 일반 국민들에게는 생소한 단어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인터넷을 통한 정보 획득 열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컴퓨터 교육은 이제 필수학과목으로 정착되고 있고 인터넷은 정보 유통이 어려운 러시아 사회구조에서 세계로 향하는 출구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러시아의 인터넷 이용인구는 약 60만명으로 추산되며 그 수는 매년 2배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계층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전체 이용자의 20% 정도가 컴퓨터 관련 기술부문에 종사하는 개인들이고 25%는 국가기구를 포함해 다양한 유형의 조직들을 이끄는 지도층들이다. 또 10%는 문화 및 예술 종사자들이고 10%는 학생들, 그리고 나머지는 과학기술부문 종사자들이다. 아직까지 인터넷망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깔려 있어서 대체로 대도시 거주자들의 이용율이 높지만 지방 이용자들의 비율도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시점 인터넷 이용자의 75%는 모스크바 거주자였고 85%는 대도시 거주자들이었다. 그러나 올해 초에는 대도시 거주자 비율이 75%로 떨어졌고 모스크바는 60%까지 그 비중이 낮아졌다. 이는 인터넷 이용 인구가 러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넷 상에 뜨는 정보를 살펴보면 웹사이트를 비롯한 주요 사이트에서 러시아어로 뜨는 정보 사이트는 약 6천개 정도 되는데 그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9배 정도 많아진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을 이용한 광고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러시아 이용자들이 주로 접근하는 사이트는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이 50%, 미국이 30%, 다른 기타 국가들이 나머지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터넷에 대한 관심은 모스크바에 등장한 서구형 인터넷 카페에서도 잘 들어난다. 한편에서는 전화도 없는 사막과 같은 지역에서 TV매체 조차 쉽게 접하지 못하고 사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자신의 전자사서함을 살펴보는 인터넷 여행자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모스크바의 「스똘레쉬꼬보이 뻬레올록」에 있는 「바자 14」가 러시아의 가장 대표적인 인터넷 카페로 러사아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이용자들의 편의에 맞춰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영업을 하는 이 카페는 「리바이스」와 「쉐비그논」 유통 콤플렉스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바자 14」는 강력한 컴퓨터 「Dell Optiplex G1+」에 기반해 글로벌 원(www.global-one.ru)을 통해 접속하는데 이 인터넷 카페의 전자사서함은 base14@gin.global-one.ru다.
러시아 사회의 인터넷에 대한 관심은 러시아의 미래가 다른 나라들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러시아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 활용붐과 모스크바에 등장하기 시작한 인터넷 카페는 러시아의 미래를 상징한다.
러시아의 정보통신분야는 낙후된 만큼 빠른 시일내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정보혁명을 주도할 총아로 각광받고 있는 인터넷은 러시아를 세계의 실질적인 일원으로 결속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러시아의 과거가 철의 장막으로 둘러쳐진 고립으로 상징된다면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러시아의 미래는 세계로의 통합을 그 상징으로 하게 될 것이다.
<모스크바=강혜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