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표.
마우스 커서의 화살표가 오프라인에 얹힌 채 정지해 있었다.
짧은 시간. 혜경의 머리 속으로 많은 생각들이 교차되어 지나쳤다. 하지만 이젠 어쩔 수 없다. 혜경은 자신의 몸을 잘 알고 있었다. 한번 달아오른 몸을 식힐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혜경은 마우스 버튼에 힘을 주었다.
클릭.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더블클릭. 조금 전과 전혀 다른 화면이 나타났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무엇을 볼 것인가. 이번이 마지막 선택이다.
혜경은 마우스 커서를 한 곳에 놓고 다시 더블클릭 했다. 화면이 열렸다. 검은 갈기를 날리며 날뛰는 종마의 모습이 보였다.
혜경의 몸에 전율이 일었다. 환철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몸을 열었던 제주. 그 제주에서 보았던 말의 교접 장면이 주루루룩 이어져 떠올랐다. 원초적인 본능 앞에 이성의 옷은 거추장스러운 것이었다.
혜경은 자신의 앞가슴을 손으로 감쌌다. 새끼손가락. 손가락 하나로 실크블라우스 속 자신의 젖가슴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느낌이 좋았다.
제주에서 입었던 그 옷. 그때도 느낌이 좋았다. 비행기 옆 좌석에 앉았던 환철이 우연처럼 스쳤던 감촉을 그대로 간직한 채 방문한 종마장. 팔뚝만한 수컷의 성기가 암컷의 질로 파고들 때 혜경은 자신의 몸속으로 파고드는 느낌에 온몸을 떨었었다.
넓은 초원을 갈기를 휘날리며 날뛰는 말. 혜경은 절묘하게 편집된 그 화면을 다시 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미 여러 차례 보았던 화면이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뿌뿌뿌 뿌아아아아 이어지는 디주리두 소리가 암컷을 향해 날뛰는 수컷을 더욱 강렬하게 했다.
수컷. 벌떡벌떡 일어서며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듯했다. 팔뚝만한 성기를 마구 흔들었다. 그 길이와 굵기. 혜경은 눈을 감았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했다.
환철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혜경은 늘 그렇게 생각했다. 온라인 상태로 저장해둔 영상물을 보고 있는지를 모를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인터넷과 PC통신을 이용하라고 열어준 온라인이었다.
혜경은 다른 작업중에 우연히 알아냈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누구나 쉽게 열어보게 되어 있었다. 다른 파일과는 달리 패스워드 하나 걸려 있지 않았다.
굳이 말로 알려주지 않았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