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MS-선, IT 패권 놓고 힘겨루기

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선 마이크로시스템스가 정보기술(IT)산업의 패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난공불락의 철옹성으로 여겨져온 윈도를 기반으로 IT분야 지배영역을 확장하려는 MS에 인터넷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를 무기로 선이 「반MS」의 기치를 내걸고 강력히 맞서고 있다. 이 싸움에서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향후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IT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선은 자바 개발자로서의 지위를 최대한 활용, 소프트웨어 시장에 대한 MS의 지배를 무력화시킨다는 전략이다. 자바 라이선스와 개발제품에 대한 심사권 행사를 통해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자사의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MS를 압박해 들어간다는 것.

자바의 특징은 어떤 컴퓨터 운용체계(OS)에서도 운용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바 지지자들은 기존 프로그램이 윈도 등 특정 OS에서만 운용됨으로써 결과적으로 MS의 지배력을 확대시키고 있는 상황을 자바 프로그램의 개발확대로 저지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동안 MS의 시장지배에 대항해온 많은 업체들이 자바 출현 이후 선으로부터 이 기술을 라이선스받아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반면, MS는 이같은 움직임에 대항해 IT분야에서의 기득권을 유지, 강화하면서 이를 21세기 패권으로 연결시킨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MS는 세계 PC OS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윈도와 38억달러 규모의 사무용 슈트시장의 87%를 차지하고 있는 오피스, 그리고 불과 2년 만에 브라우저시장에서 36%의 점유율을 확보한 인터넷 익스플로러(IE) 등으로 지금까지 거칠 것 없는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그런데 자바 출현 이후 MS의 기업고객들이 자바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MS의 지배력 약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자바 프로그램의 확산으로 특정 OS 의존현상이 사라지면 결국 최대의 피해자는 현재 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MS일 수밖에 없기 때문.

시장조사업체인 조나리서치가 2백79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자바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이 50%에 달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기업도 1년 이내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2000년까지는 전체 기업의 97%가 자바 프로그램을 사용할 것으로 추산된다. 때문에 MS도 자바의 실체를 인정하고 이를 라이선스받긴 했지만 선의 의도와 달리 자바에 대해 윈도 기반의 자사 기득권을 유지,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려 하고 있다.

최근 선과 MS가 자바 라이선스를 둘러싸고 법원에 서로를 맞고소하기에 이른 것도 이같은 상호 입장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지난달 7일 선은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자바 호환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자 MS를 자바 라이선스 계약위반으로 고소했다. 그러나 MS는 오히려 선이 자사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키트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역시 라이선스 계약위반으로 맞고소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여기서 선의 주장은 자바가 모든 OS에서 다 잘 돌아가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MS가 자사 OS에서 특히 잘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서 자바코드를 변경했다는 것.

반면 MS의 주장은 자바의 모든 기술 요소를 자사 프로그램에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자사가 일정한 한계 내에서의 자바코드 수정권을 갖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선이 자사에 대해 통제권을 행사하려는 등 자사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맞고소 사태가 어떻게 결판날지는 알 수 없지만 자바가 기업고객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한다.

자바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값싸고 빠르게 작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인터넷 표준으로 자리잡았으며 브라우저 등에 채택돼 MS의 윈도만큼이나 보편화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는 그만큼 자바의 시장기회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자바는 종래의 중대형 컴퓨터용 소프트웨어 자산을 포기하지 않고도 인터넷시대의 다양한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매개물로 인식되고 있다.

이른바 미들웨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자바가 이용되기 때문이다. 미들웨어란 급여, 재고 관리 등과 같은 기업활동 전반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소프트웨어와 연계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

특히 자바는 기존 프로그램과 전자상거래 등 새로운 인터넷 프로그램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자바는 OS가 무엇이든 또는 컴퓨터가 30년 된 메인프레임이든 최신형 PC든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으며 기업 생산성 향상의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자바는 아직 기술개발 초기단계에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대규모 기업 프로그램을 제조,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 툴을 갖고 있지 못하며 운용속도도 느리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바의 영향력 확대는 IT산업의 대세로 굳어지고 있으며 그 결과 자바가 윈도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윈도의 영향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가들은 전망한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