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액정 영상표시기기 수요 증가

액정 영상기기가 침체에 빠진 일본 가전시장에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올 초 시행된 소비세율 인상 등의 여파로 가전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된 가운데도 액정TV, 액정프로젝션, 액정캠코더 등 액정패널을 탑재한 영상기기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또 TV, 캠코더 등에 이어 최근에는 디지털 스틸 카메라에서도 액정부착형이 등장하는 등 액정패널 탑재가 영상기기 전반으로 확대돼 그 시장 규모도 거대화되고 있다.

액정패널은 사실 박형과 저소비전력의 이점으로 휴대기기용 모니터로 주목돼 왔으나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화질, 가격 등의 문제로 영상기기 탑재는 극히 제한돼 왔다.

그러나 이후 수 년간 액정패널 관련 기술의 급진전으로 동영상처리와 직결되는 응답속도가 고속화되는 동시에 가격도 점차 낮아지며 영상기기에서 액정패널 응용은 확대일로로 치닫기 시작했다.

또 종래 영상기기에서는 동영상 재생에 적합한 박막트랜지스터(TFT)방식이 독주해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고화질의 저온폴리실리콘과 응답속도가 크게 향상된 슈퍼트위스티드네나틱(STN) 방식이 나오는 등 액정패널 종류가 다양화, 액정패널 자체는 물론 그 응용기기의 저가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액정패널의 성능 향상과 저가화를 배경으로 액정 영상기기 종류와 그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액정 영상기기의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액정TV, 액정프로젝션, 액정캠코더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의 동향을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액정TV

액정TV 시장은 휴대가능한 가정용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차량용이 전체 수요의 70%가량을 차지하며 주력 제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일본 국내 출하대수를 보면 지난 95년에는 가정용이 70만대이고 차량용은 51만대였으나 지난해는 가정용이 60만대이고 차량용이 70만대로 역전됐다. 올해는 가정용이 30만대정도이고 차량용은 1백만대로 늘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정용 액정TV는 크게 대형과 소형으로 구분되는 데 소형은 주머니에 집어넣을 수 있는 2-2.5인치 제품이 주류로 라디오를 대신해 출퇴근시 사용할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대형의 경우는 10인치 이상 제품까지 등장하고 있다.

차량용은 차량자동항법장치(카내비게이션)용으로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카내비게이션이 일반 시중 판매뿐아니라 차량 제조라인에서도 장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수요가 다소 둔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올 카내비게이션 시장은 1백10만대에 이르지만 차량용 TV는 이보다 다소 낮은 1백만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액정프로젝터

액정프로젝터는 주류인 CRT방식에 비해 소형, 절전화에 유리하다는 이점이 있어 최근 1, 2년새 수요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 국내 액정프로젝터 수요는 지난해 96년도 6만4천대였으나 올해는 두자릿 수 증가한 7만5천대에 이르고, 내년에는 1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액정프로젝터 중 특히 신장률이 두드러진 것은 PC 화면을 크게 비춰주는 데이터용 프로젝터로 프레젠테이션 용도로 기업들이 적극 도입하고 있다.

데이터용 프로젝터 수요는 지난해 전체의 20%인 1만7천대였으나 올해는 50%에 육박하는 3만6천대로 확대되고, 내년에는 전체의 60%를 차지해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비디오 프로젝터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용 프로젝터는 또 PC 화면을 표시하기 때문에 PC 모니터와 마찬가지로 고화질화가 급진전되고 있다.

초기 VGA(6백40x4백80도트)급이었던 해상도는 현재 SVGA(8백x6백도트)가 주류이고, 최근에는 XGA(1천24x7백68도트) 대응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가정용 비디오프로젝터에서는 소비자들의 저가화 요구에 대응, 단판식을 포함한 저가 모델이 주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액정캠코더

캠코더에서는 액정모니터 부착 타입이 이미 주력 제품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일본 국내 캠코더 출하대수는 지난 90년의 1백80만대를 최대로 91년 1백40만대, 92년 1백16만대로 점차 줄어들었다.

이같은 시장 정체에 활기를 불어 넣은 것이 액정모니터부착형으로 샤프가 지난 92년 가을 「액정뷰캄」을 내놓아 상품화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액정모니터 부착형이 캠코더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3년 전체 출하대수 1백21만대 중 25%, 94년에는 1백25만대 중 40%, 지난해는 1백34만대 중 80%로 급상승해 왔다. 올해는 전체 1백45만대 출하 중 9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액정모니터부착 캠코더는 최근 모니터 화면 크기가 현행 주력인 22.5인치에서 4인치로 급속히 이행되며 대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