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조직개편 물밑 논의 활발

정부출자기관으로의 전환과 새 사장 선출을 눈 앞에 둔 한국통신의 조직개편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2년전 이준 전사장의 대규모 조직개편 이후 그동안 물밑에서만 거론되던 한국통신의 조직개편론이 최근들어 부쩍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정부투자기관이라는 족쇄를 벗어던졌다는 상징적인 계기 외에도 대내외적인 환경변화로 조직개편의 필요성이 최근들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통신 직원들 사이에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조직개편의 방향이나 범위에 관해서는 상반되는 입장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신임사장이 누가 될 것이냐의 문제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조직개편론의 첫단추를 꿰기가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조직개편」이라는 화두를 이끌어 가는 동력은 무엇보다 대내외적인 통신시장의 환경변화다. 일단 정부투자기관이던 한국통신이 좀더 의사결정이 자유로운 정부출자기관으로 바뀜에 따라 조직도 보다 경쟁력 있는 구조로 바뀌어져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조직개편론은 출발한다.

게다가 국내 통신시장의 대외개방 원년인 98년은 한국통신에게 상당한 변화를 강요할 것이며 시내전화, 시외전화, 국제전화 등 전통적인 전화사업에서의 수익구조 악화도 한국통신의 조직개편을 통한 체질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통신 고위층이 구상하는 조직개편의 방향은 일단 본사조직을 슬림화하고 일선 영업조직을 강화하는 기존 흐름을 계속 이어가는 것으로 관측된다. 업무가 중복되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본사조직은 과감하게 통폐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기조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본부별 예산조정 과정에서도 일부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계철 전사장이 유임될 경우 이 전사장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 온 비수익 부문의 정리작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전략영업본부와 초고속통신추진본부를 멀티미디어본부로 통합한다는 과거의 조직개편론이 재론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흐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면 중간관리자층에서는 조직의 슬림화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 통신산업의 대표주자로서 한국통신은 국내 통신산업 전반에 걸친 책임이 있는 만큼 정책기획 및 조정능력을 갖춰야 하며 따라서 본사조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을 펴는 층은 또한 오히려 일선 조직은 전산화, 자동화에 의해 더욱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통신의 글로벌화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해외사업본부의 기능을 대폭 확대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과 멀티미디어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무선사업본부, 위성사업본부 등 전략부문에 대한 투자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경제여건의 악화로 당장 집안살림 꾸리기조차 어려워지고 있는 한국통신으로서는 인원감축과 비수익부문 축소로 긴축경영을 꾀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조직개편론의 대세는 슬림화쪽으로 잡혀가고 있는 분위기다.

다음달 초 신임사장이 선출되고 집행간부-관리급-국장 등으로 불리던 간부들의 호칭이 전무-상무-이사 등으로 바뀌게 되면 한국통신은 「내용」과 관계 없이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한국통신이 호칭의 변화를 뒷받침할 내용의 변화를 얼마나 이루어낼지에 한국통신의 변신을 지켜보는 통신업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최상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