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W 특허등록의 "허점" 많다

소프트웨어는 기술보다는 창작물의 성격이 짙다. 물론 뛰어난 기술을 채용하면 더 좋은 창작물로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나 한글과컴퓨터 등은 우수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곁들여 경쟁우위의 상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낸다.

이렇게 해서 만든 소프트웨어는 저작권법이나 프로그램보호법에 의해 국내외에서 보호를 받는다. 애써 만든 소프트웨어가 불법 복제돼 유통되거나 원천기술의 도용을 막기 위함이다. 그래야 프로그램을 개발한 업체가 적당한 이윤을 얻고 이를 기술개발에 재투자,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생산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10년 전인 지난 87년 프로그램보호법이 제정돼 소스(개발코드)가 아닌 실행프로그램만으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국프로그램보호회에 이를 등록하면 등록증이 나오는 2~3개월 뒤부터 세계저작권협약이나 베른협약 등 국제조약에 의해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앞서 지적한 대로 기술보다는 창착물에 가까워 원천기술의 도용여부를 판별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시중에 유통되는 소프트웨어는 눈으로 구별할 수 없는 실행파일 등에 노하우가 담겨있는 게 대부분이어서 전문가들조차 기술도용 여부를 가리는데 어려운 점이 많다.

특허청이 최근 소프트웨어의 기술보호를 강화한다는 취지하에 소프트웨어를 특허대상에 포함시켜 내년초부터 시행할 목적으로 「컴퓨터관련 발명의 심사기준」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런 면에서 일단은 진일보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컴퓨터에 들어가는 모든 소프트웨어를 특허로 등록해 기술개발 업체를 보호하겠다는 발상인데 이에 따라 앞으로는 값진 노력으로 개발한 노하우가 제도적 장치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의 특허가 갖는 역기능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소프트웨어 특허는 다른 상대방이 어떤 아이디어를 특허로 등록할 경우 이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기술개발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프로그램 하나를 개발하려면 그 아이디어나 알고리듬이 특허에 등록되어 있는지 살펴봐야 하는 부담과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아마 소프트웨어업체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 특허를 전담하는 인력을 한명쯤 별도로 채용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것뿐이 아니다. 특허는 기술을 공개, 공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남들에게 그 특허를 알려 함부로 사용할 수 없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특허등록을 위해 소프트웨어의 소스를 공개한다면 오히려 기술도용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아이디어만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 소프트웨어는 신규개발 및 갱신주기가 일반적으로 1~2년을 넘기 어려울 만큼 생명력이 짧고 지속적으로 버전업해야 한다. 이는 2~5년 정도의 심사기간을 거쳐 특허를 등록했다 하더라도 이미 사장된 기술일 뿐 특허로 권리를 보호받는다는 게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또 특허를 낸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업버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또다시 상당한 등록비용과 장기간의 시간을 들여 특허를 재신청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국익적인 차원에서도 소프트웨어의 특허등록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프로그램보호법에서는 아이디어가 비록 같다고 해도 복제 등 직접 모방을 제외한 다양한 창작활동을 허용하는 데 비해 특허는 아이디어의 활용 자체를 금지하기 때문에 상당 부분의 아이디어를 선진국에서 얻고 있는 국내 개발사들은 설 땅이 없어지게 되고 결국 우리 소프트웨어산업은 황폐화할 수밖에 없다. 이제 겨우 싹을 틔운 국내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가들은 모두 소프트웨어의 특허보호를 반대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은 아예 특허법 명문 규정으로 소프웨어의 특허적용을 배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득보다는 손실이 많은데도 우리나라가 앞장서 소프트웨어를 특허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만일 소프트웨어의 기술보호가 필요하다면 기존 프로그램보호법의 내용을 일부 보강하는 방식이 타당하지 않은가 싶다. 오히려 현재의 프로그램보호법조차도 소프트웨어 개발을 저해하는 역분석(리서스엔지니어링)을 규제하는 조항이 있어 이를 외국처럼 철회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 이번에는 특허청까지 나서 관리를 위한 관리의 틀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고려돼야 한다. 따라서 SW업계가 이를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허청은 이제 소프트웨어 기술보호라는 명분만을 앞세우지 말고 우리 SW업계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직시해 신축적인 자세를 취해줄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