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가 새로운 「통신 품위법(CDA)」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어 인터넷 상에서 전송되는 자료의 유해성을 둘러싸고 또 한 번의 파란이 예고되고 있다.
CDA는 올 6월 미 대법원에 의해 위헌 판결을 받아 폐기 처분된 바 있는 법안. 인터넷 포르노 등 온라인 상에서 범람하는 유해 자료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95년 미 의회가 제안한 CDA는 지난 6월 대법원에 의해 미국 헌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받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러다가 학부모를 비롯한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어떠한 방법으로든 온라인 외설 자료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웹의 등급제가 제안되는 등 없어진 CDA를 보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이런 추세가 집약된 것이 바로 새로운 CDA로, 이 법안을 가운데 놓고 언론자유를 주장하는 시민 단체들과 미성년자 보호를 내세우는 의회간 격돌이 반년도 채안돼 다시 불붙고 있다.
최근 댄 코스트 의원을 중심으로 한 미 상원은 인터넷 포르노물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CDA의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헌 판결을 받은 바 있는 CDA가 「불건전」하고 「청소년들에게 수치심을 불러 일으키는」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한 데 반해 코스트 의원이 주장하는 새로운 CDA는 「미성년자에게 유해한」 자료의 「상업적 배포를 금지」하는 쪽으로 제한하고 있다. 새로운 CDA는 유해자료의 범위를 누드 · 섹스 등의 음란물 성격을 지닌 동영상 · 문자, 혹은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외설적인 행동이나 음란한 표현을 드러낸 자료들이라고 정의해 놓고 있다. 또 성인물을 서비스하고자 하는 자는 이용자의 나이를 확인해 17세 이상일 경우에만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언뜻 보면 이전 CDA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외설 자료의 범위를 축소하는 한편 성인물이라는 모호한 범위를 구체화하는 등 이전에 비해 확실히 진일보했다.
이 법이 새로운 CDA라고 불리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위반에 대한 제재 조치가 크게 강화됐기 때문인데 미성년자에게 음란물을 제공한 자에 대해서는 6개월의 징역과 최고 5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전에 비해 신체형 부분이 3배이상 강화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 대법원에 의해 폐기된 CDA가 다시 소생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어떤 방식이 됐든 인터넷에 대한 규제는 인터넷의 침체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인터넷의 활성화에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코스트 의원의 주장과 달리 새로운 CDA가 발효될 경우 인터넷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CDA가 제정되는 순간 피임이나 AIDS 등에 관한 토론이 인터넷 상에서 한 번에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편으로는 미국 시민자유연합(ACLU) 관계자의 설명처럼 지난 6월에 있었던 대법원 결정이 CDA에 대한 확고한 지침을 주지 못하는 바람에 새로운 CDA가 태동하는 배경이 됐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CDA에 대한 대법원의 어정쩡한 태도가 새로운 CDA를 불러 올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스트 의원의 새로운 CDA는 이전 CDA가 가지고 있던 단점을 상당 부분 개선한 것이 사실이다. 「불건전」하고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이라는 모호한 문구 대신에 「미성년자에게 유해한」이라는 조문으로 제한했고, 이전 CDA가 상업적·비상업적 용도에 상관없이 포괄적인 자료 배포를 금지한 데 반해 새로운 CDA는 상업적 이용이라는 쪽으로만 범위를 제한했다.
하지만 새로운 CDA는 아직까지 미 의원 내에서조차 의견통일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의회내에서 CDA의 폐기에 따른 보완적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데는 견해가 일치하고 있고 나아가 소비자 · 인터넷 업계 등도 이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조 의사를 보이고 있어 새로운 CDA가 법제화할 가능성만큼은 이전에 비해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