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디스크의 대용량화는 90년 중반 이후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가 차세대 저장매체의 주역으로 나온 지 불과 2년째인데 벌써 차세대 DVD의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그 사이 기록용량도 수 GB에서 십수 GB로 차원을 달리하며 급팽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대용량화는 면기록밀도에 직결되는 사항이다. 즉 일정한 제한된 공간에 더 많은 정보를 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면기록밀도를 높이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세기록을 결정짓는 광원이며, 그 중 현재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청색 반도체 레이저의 실용성 확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본에서는 차세대 DVD 광원으로 주목되는 청자(靑紫)색 반도체 레이저의 수명을 실용 수준으로 끌어올린 성과가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의 니치아화학공업은 최근 질화갈륨(GaN)계 재료를 사용한 파장 4백㎚의 청자색 반도체 레이저에서 1만시간의 수명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1만시간은 동작온도를 섭씨 50도로 설정한 고온가속 실험에서 실온 연속발진의 수명을 예측한 결과다. 이미 실시간 실험에서는 3천시간 이상의 수명을 확인했다. 이번 실험에 사용한 청자색 반도체 레이저의 소자구조는 지난달 초 발표한 반도체 레이저와 거의 같은데 그 후 실험을 통해 더욱 장시간화함을 확인해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레이저를 콤팩트디스크(CD)나 DVD 등 광디스크드라이브의 광원으로 사용하려면 수명이 최소 5천시간 이상은 돼야 한다. 따라서 이번 니치아화학의 성과로 차세대 DVD 광원의 수명문제는 일단 해결된 셈이다. 또 니치아화학으로서는 GaN계열 청자색 반도체 레이저에서 실온펄스 발진에 처음 성공한 것이 지난 95년 말인데 2년이 채 안돼 실용 수준의 수명을 달성하는 개가를 올린 것이다.
니치아화학이 청자색 반도체 레이저 수명을 비약적으로 늘려 실용 수준을 확보할 수 있게 된 데는 두가지 요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지적된다.
그 하나는 GaN막의 결정 성장법(成長法)을 변경하는 방법으로 결정결함밀도를 억제한 점. 구체적으로는 일단 사파이어 기판 상에 GaN막을 2미크론 성장시킨 뒤, 레이저의 공진(共振)방향에 따라 4미크론 간격으로 벌리면서 두께 9.1미크론, 폭 8미크론 크기에 줄무늬 모양을 한 마스크패턴(이산화규소로 만듬)을 형성한다. 이 상태에서 다시 10미크론 정도의 GaN막을 성장시키면 평탄한 면을 얻게 되는데 이로써 마스크패턴 상에 결정결함이 적은 GaN 단결정막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하나의 요인은 활성층, 즉 발광부를 덮고 있는 클래드(Clad)층에 초격자구조를 도입한 것.
그 결과 클래드층 활성층간의 굴절률 변화가 커져 빛 수용효율은 올라가고 반대로 동작전압 등은 줄어들게 된다. 종래는 뭁 조성비를 높이면 결정이 깨지는 문제가 있었는데 초격자구조를 도입함으로써 이 문제가 방지된 것이다. 니치아화학은 이번 성과를 토대로 내년 중 청자색 반도체 레이저의 샘플출하를 개시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성과에 따라 광디스크 연구개발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즉 청자색 반도체 레이저를 기반으로 하는 광디스크시대가 열린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고선명(HD)TV 수준의 화질로 영화 1편을 수록할 수 있는 차세대 DVD의 개발이 가속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청자색 반도체 레이저는 현행 DVD드라이브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파장길이 6백35∼6백50㎚의 적색 광원에 비해 파장이 짧다. 이 때문에 대물렌즈에서 레이저광을 집약했을 때 빔 스폿은 지금보다 작아지며 또한 미소한 기록정보를 읽고 써넣을 수 있게 된다. 면기록밀도는 단순계산으로도 약 2.5배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청자색 반도체 레이저를 사용하면 직경 12㎝의 광디스크에 십수 GB의 정보를 수록할 수 있게 된다. 현행 DVD 기록용량은 단면 4.7GB다.
이미 일부 광디스크 관련업체에선 청색 반도체 레이저의 조기 실용화를 전제로 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시바의 경우 지난 3월 열린 도시바 기술전에서 파장 5백32㎚의 녹색 SHG(Second Harmonic Generation) 반도체 레이저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기록용량 7.5GB의 재생전용 광디스크드라이브를 선보였다. 파이어니어도 지난달 열린 일본전자전에서 파장 4백30㎚의 청색 SHG 반도체 레이저를 사용하는 기록용량 15GB의 재생전용 광디스크드라이브를 출품했다.
두 회사는 이들 제품을 모두 2000년쯤 상품화할 방침인데 광원으로는 파장 4백㎚의 청자색 반도체 레이저를 사용할 예정이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