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PC시장 침체

지난 95년과 96년 호황을 누렸던 일본의 PC시장이 요즘 맥을 못추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일본 PC시장은 제조업체의 PC출하대수가 급격히 둔화돼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을 뿐아니라 매장을 찾는 일반인들의 발길도 줄어드는 등 지난해와 그 전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극심한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PC시장의 침체가 얼마나 심각한 지는 관련 업체나 단체가 내놓은 통계자료를 보면 극명히 드러난다.

업계 1, 2위로 일본 PC산업을 대표하고 있는 NEC와 후지쯔의 경우 4월 이후 PC출하대수가 계속해서 연초 계획했던 목표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특히 NEC는 97회계년도 상반기(49월) 출하대수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정도 감소했다. 이 회사의 상반기 출하대수가 전년동기 실적을 밑돈 것은 지난 93년이후 4년만의 일이다.

후지쯔는 상반기 출하대수가 전년비 10% 증가해 NEC에 비하면 그대도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그러나 이 증가율은 연초 이 회사가 수립한 「전년비 30% 증가」 목표에는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당초 계획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1, 2위 업체의 부진한 실적을 반영하듯 상반기 업계 전체의 출하대수 역시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전자공업진흥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4월 시작하는 97회계년도 1.4분기 중 일본 국내 PC출하대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윈도95」가 등장했던 지난 95년도 증가율 70%(출하대수 5백70만대)와 인터넷붐이 거세게 일었던 96년도 증가율 26%와는 비교가 안되는 수치이다.

일각에서는 이 기간 중 실적 저조는 지난 4월부터 시행한 소비세율 인상 조치에 대한 반동으로 수요가 일시 둔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그 원인을 진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율 인상의 영향이 사라진 2.4분기(7-9월)에도 전년동기비 출하대수 증가율은 계속해서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시장을 회복시킬 만한 호재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4월부터 시작된 제조업체의 PC출하 저조는 적어도 97회계년도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체들의 상황과 비교하면 PC 소매업자들쪽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일본의 시장조사업체인 멀티미디어종업연구소가 도쿄의 아키하바라, 오사카의 니혼바시, 나고야의 오스 등 일본의 3大 전자상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4-6월 중 PC판매대수는 총 16만5천3백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1.3%나 감소했다.

다만 이 기간 중 판매 액수는 노트북PC나 고급기종의 판매가 상대적으로 늘어난 데 힘입어 전년비 12.9% 감소(4백25억엔)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판매 부진으로 제조업체보다 한발앞서 한파를 맞게 되는 소매업체들은 상당수가 극심한 경영난에 빠져 있는 게 또한 사실이다.

일례로 대형 소매업체인 빅 사이언스, 피 앤드 에이 등이 지난 9월들어 잇따라 휴업에 들어갔고, PC 최대 소매업자인 소프맵의 경우도 누적손실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마디로 제품이 안팔려 일본 PC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국면에 빠져든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제품별로는 특히 가정용의 침체가 두드러진다.

기업용은 인트라넷 도입이나 2000년문제 대응을 서두르는 기업들의 수요에 힘입어 그런대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정용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일본전자공업진흥협회의 통계에서도 4-6월 전체 출하대수가 4% 증가한 가운데 가정용 중 초심자용 데스크톱의 출하는 11%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가정용 수요가 극히 부진을 보이는 것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신형 OS인 「윈도98」의 출하지연 때문이라고 업계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당초 MS는 이 윈도98을 올해 안에 출하할 계획이었으나 그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연기했다. 따라서 윈도98 일본어판은 그 보다 1개월 늦은 내년 7월이나 돼야 등장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일본의 가정용 수요자들은 그 때까지 구매를 유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례로 일본IBM의 경우 가정용에서는 전년과 같은 출하실적만 유지한다면 만족할 것이라는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윈도98처럼 수요를 촉진시킬 만한 강력한 호재는 크리스마스 등 연말 성수기에 가서도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최근 일반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크게 줄어 들고 있는 추세인데다 그 소비패턴도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 등 보다 실용성이 높은 첨단기기 쪽으로 옮아가고 있고, PC의 대체구매 사이클을 3, 4년으로 할 때 일본은 지난 95년 그 정점을 통과했다.

따라서 일본 PC시장은 올해 안에는 호전되기 힘들 것으로 보이며, 빨라야 내년 말 이후에나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