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재원 제이스텍 사장
오는 2001년부터 국내에서 시작될 디지털TV 방식이 미국 표준인 ATSC 방식으로 최근 결정됐고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 연방 통신위원회(FCC)에서는 내년 하반기부터 지상파 디지털TV 시험방송을 허가할 예정이다.
따라서 조만간 우리 앞에 다가올 디지털TV는 MPEG2 영상압축과 멀티채널 디지털 오디오 기술을 기본으로 전통적인 화면 외에 다양한 데이터 방송을 제공하며 인터넷 멀티미디어 PC의 모든 기능들이 복합되어 방송사와 모든 가정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인터액티브 터미널 및 홈 엔터테인먼트 센터로 자리잡게 된다.
그동안 개인용컴퓨터 분야에서만 머물던 멀티미디어 개념이 이제 가정용 기기들에까지 확산되어 디지털 가전 또는 멀티미디어 가전이라 불리는 새롭고 거대한 산업영역으로 우리 앞에 매우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거 우리의 가전산업이 그랬듯이 우리나라가 미래의 디지털 가전분야에서도 세계시장의 주력 생산국으로 입지를 고수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가전산업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정립하고 이 새로운 산업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올바른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MPEG2 동영상압축를 비롯해 데이터 화면처리, 고속 인터넷통신을 위한 xDSL, 케이블 모뎀, ATM 등 PC 플랫폼기술과 디지털 고속전송 기술이 한데 결합해 발전되어야 하며, 다른 가전제품들도 상호연결 및 호환성을 갖도록 PC 코어기술에 근거하여 연구되어야 한다.
물론 이같은 강력한 디지털 가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HW와 SW를 망라한 경쟁력 있는 PC산업의 발전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와 더불어 국가적사업인 초고속 디지털 통신망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 하루 빨리 정립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PC산업은 세계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미국, 일본 및 대만 등의 중화 경제권에 내준 채로 국내시장 방어에 급급한 실정이며 이 상태를 타개, 반전시키지 못할 경우 그동안 일반 가전시장에서 유지해 왔던 우리의 위치를 강력한 PC산업을 등에 업은 대만, 중국 등에까지 빼앗기게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디지털 가전산업의 육성에는 먼저 PC산업의 발전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PC산업이 보드사업, 시스템사업, 네트워킹 등의 응용사업들로 계열화해 보다 전문화한 고도의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현재 시스템산업은 비록 내수시장만을 주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주요 재벌그룹들이 참여한 상태에서 나름대로의 명맥은 유지하고 있으나 시스템산업의 전단계인 보드산업은 빈사 상태에서 국내시장마저 대만 등 중화권 제품들에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보드산업은 국내 시스템산업을 지원한다는 측면 외에 그 자체 상품으로서 세계적인 거대한 유통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수출전략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으므로 현재와 같이 사양산업으로 여기는 시각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육성방안을 고려함이 바람직하다.
특히 디지털TV도 결국은 지금의 PC와 같이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모듈 베이스로 발전하게 될 것이며 이런 관점에서 경쟁력 있는 멀티미디어 보드산업의 존재가 디지털 가전산업의 미래에 끼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SW측면에서 볼 때 벤처산업을 육성한다는 기치 아래 특히 SW산업 발전을 위한 많은 지원책이 정부 주도하에 제시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나 원천기술의 미비와 유능한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대부분의 사업이 접근하기 쉬운 응용SW 분야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향후에는 SW 핵심기술인 알고리듬 및 드라이버 기술 등의 개발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특히 이는 초고속 통신망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꼭 극복해야 할 사항이다.
초고속 통신망 산업의 방향설정을 디지털가전의 육성측면에서 고찰한다면 ATM과 ISDN 등도 나름대로의 기술선도와 응용분야별 역할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케이블 모뎀과 xDSL의 원천기술 및 응용제품 기술개발이 우선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문인력의 수급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특정산업 발전을 위한 환경조성은 생각해 보면 무척 간단하다. 자금과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기본환경만 조성해 준다면 그 산업은 발전하게 되어 있다.
최근 확정된 98학년도 대학 정원증가를 살펴보면 총 2만1천6백명의 정원증가 가운데 이공계는 7천8백명에 불과하며 이중에서도 실제 연구개발 및 생산분야에 투입될 수 있는 연구, 기술 전공분야는 채 절반에 이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현재와 같은 인문계열과 이공계열 간의 불합리적인 대학정원 구도가 개선되지 않아 인문계열의 엄청난 취업난과 기술계통의 극심한 구인난이 공존하는 한, 그 외 어떠한 육성 및 지원방법이 모색된다 할지라도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의 미래란 있을 수 없다.
특히 대학정원 조정에 있어 각 대학의 자율화가 확대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대학들이 실험실습 설비와 전문교수 확보에 더 많은 투자가 요구되는 이공계 정원의 증가를 더욱 꺼리게 됨은 충분히 예상되는 바로 이공계 정원증가를 유도하기 위한 강화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