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생명공학에 투자하자

李祥羲 한국발명협회장, 국회의원

「아시아의 4룡에서 지렁이로 추락한 나라」 「축배를 너무 빨리 든 나라」 등의 표현이 아니더라도 IMF 구제금융, 주식시장의 붕괴와 외환위기에 따른 금융파동, 대기업의 대규모 감량경영 등의 현실은 오늘 우리의 위치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자율과 창조적 사고의 패러다임 그리고 신금융기법과 정보통신 기술로 탄탄하게 무장한 미국의 자본주의가 모방기술을 기초로 한 아시아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다. 산업화로 30여년간 빠르게 성장을 구가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1천원짜리 상품을 팔아 순이익을 10원밖에 남기지 못하는 우리의 경제현실을 들여다보면 오늘 우리 경제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기술력의 부족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총성 없는 기술전쟁에서 빈약한 기술로, 재래식 기술로 전쟁을 치렀던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업의 난국해법은 규모의 축소와 인건비 절감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경제를 살리는 해법이 바로 규모의 축소, 이것뿐일까. 두뇌산업, 멀티미디어산업을 창출하면서 세계경제의 변화를 주도해 온 정보경제산업으로 우리의 경제를 하루 빨리 구조조정해야 한다. 정보통신산업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해야만 치열한 세계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미래학자 네이스비트는 2년 전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정보산업은 상상을 초월하는 DNA의 영향으로 생명공학산업에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예견이 아니더라도 생명공학기술은 지금 주역의 자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환경, 식량, 의약산업은 물론 컴퓨터, 정보산업까지 기본틀을 뒤바꿔 놓을 생명공학기술은 엄청난 수익성과 시장의 독점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미국 암젠사의 한 치료제는 96년 한 해에만 1조원의 매출을 올림으로써 컬러TV 1천만대 이상의 경제효과를 누렸다. 선진국들이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생명기술 확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의회가 중심이 돼 「생명공학 기술의 우위가 경제성장에 필수적」이라고 선언한 미국에서는 정부의 지원과 벤처자본을 업은 1천1백개 이상의 생명공학 벤처기업이 실리콘밸리의 영광에 이은 「바이오테크 베이」의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83년의 「유전공학육성법」 제정 이후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몇몇 벤처기업이 태동하고 있으나 여전히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제품수출은 극히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생명공학은 살아 있는 물질을 대상으로 연구, 생산하는 특성상 그동안 윤리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산업적 이용가치가 큰 유전자변형물질(LMOs)은 그 영향이 인간을 포함한 자연생태계에 국경을 초월해 나타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세계적인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생태계의 안정성 확보장치, 국가간의 이동 등에 따른 규제와 원칙을 포함하는 「생물공학 안정성의정서」가 98년 체결을 목표로 준비되고 있다. 이 의정서가 국가간의 통제력을 갖춘 국제법의 형태로 채택이 되면 생명공학산업의 국제간 무역은 우루과이라운드와 같은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바로 「바이오 라운드」가 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생명공학계는 발전에 대한 투자가 빈약할 뿐만 아니라 바이오 라운드에 대비하는 안전, 윤리장치도 부족하다. 생명공학기술이 제대로 기틀을 다지지 못한 상태에서 외국의 규제가 강화될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한 것이다.

이제 생명공학 기술은 바로 안전성과 윤리적 검증을 거친 기반하에서 선진국과의 치열한 경합을 거쳐야 한다.

의정서의 채택을 앞두고 생명공학을 차세대 핵심기술로 집중 육성하면서 「생명공학 안전, 윤리법」과 「안전, 윤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국가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이다. 지식과 기술 그리고 독창적 기술을 이끌어 내는 창의력의 시대를 이끌 생명공학에 대한 투자와 육성을 통해 현재의 금융위기의 단기적 처방을 넘어 중장기적인 경제발전의 비전을 제시하고 도약해야 할 때인 것이다.

<한국발명협회장,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