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업체 무차별 공세 유럽 PC업체들 「전전긍긍」

유럽 PC 업체들이 미국 업체들의 무차별 공세에 밀려 맥을 못추고 있다.

이탈리아 올리베티,영국의 아콘그룹,프랑스 불,톰슨SA등 유럽지역을 대표해 왔던 PC업체들은 컴팩이나 휴렛패커드(HP),델 컴퓨터등 파죽지세로 몰려 오는 미국업체들의 위력에 계속 밀려 나면서 명맥유지에 급급한 상황이다.

경기회복과 함께 유럽PC시장이 회복세에 들어 서면서 수요가 되살아 나고 있는 것도 이 지역PC업체들에게는 더이상 호재가 되지 못한다.미국업체들의 파이만 그만큼 더 늘려주기 때문이다.

판매가 위축되고 시장점유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함에 따라 유럽PC업체들 재정상태도 악화일로에 있다. 최근 유럽업체들의 이러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네덜란드 최대 PC업체인 튤립 컴퓨터NV의 심각한 재정난.독일 최대PC업체중 하나였던 에스컴의 파산에 이어 유럽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함께 재정상태도 가장 탄탄한 업체중 하나로 꼽혀 왔던 네덜란드 튤립 컴퓨터 NV마저 올해 역사상 최대의 적자폭을 기록하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천만길더(5백10만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던 이 업체는 상황이 더욱 악화돼 올해 상반기에만 6백80만길러(3백47만달러)의 적자를 냈고 하반기에도 최악의 기록이 예상된다고 밝혔다.다른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PC시장 점유율에서도 지난 94년 4개의 유럽업체가 시장 순위 10위안에 들었으나 현재는 2곳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나마 독일의 지멘스 닉스도르프만이 선전해 유럽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다.이 업체는 유럽에서 거의 유일하게 작년비 2배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점유율면에서도 약진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PC업체들이 이같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마케팅전략의 차질로 지적된다. 미국업체들이 글로벌전략아래 세계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면서 글로벌 서비스체제를 갖추어 온 데 반해 유럽 대부분의 업체들은 자국내 수요에만 의존함에 따라 경쟁력의 열세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이다.

또한 미국업체들이 유럽에서 거둔 수익을 제품의 연구개발 및 성능개선에 막대한 규모로 쏟아 붓고 있는 것도 유럽업체들을 더욱 위축되게 만든다고 시장분석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