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년 12월 002 국제전화 데이콤의 탄생으로 시작된 국내 통신시장의 구조조정작업이 올해 6월 제2시내전화사업자 하나로통신의 등장과 함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대외시장 개방 이전에 모든 통신사업에서 경쟁체제를 정착시키겠다는 「선국내경쟁, 후국제경쟁」 정책이 마지막 남은 독점사업이었던 시내전화의 독점구조를 무너뜨림으로써 완결된 것이다. 지난해 8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통신사업 경쟁확대에 관한 공청회에서 주제발표자는 시내전화사업이 독점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문제로 「시내망과 다른 통신서비스를 수직적으로 결합, 제공하고 있는 한국통신에 의한 차별행위와 상호보조행위에 의해 경쟁이 도입된 여타 통신서비스의 경쟁활성화를 저해」하며 「독점적 망사업자는 망고도화의 인센티브가 약해 통신망의 초고속화에 있어서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가입자망의 고도화가 미흡」한 것을 들었다.
쉽게 말해 시외전화와 국제전화에서 경쟁이 도입됐지만 시외, 국제전화사업자, 즉 데이콤이 한국통신으로부터 차별행위를 당해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과 한국통신이 초고속정보통신기반 구축의 핵심인 가입자망 고도화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당시 시내전화사업의 경쟁도입을 거론할 때 정부 관계자들이 항상 내세운 명분은 바로 이런 것들에서 출발했다. 이는 한국통신 공포증에 걸린 시외, 국제전화사업자 데이콤과 이후의 국제전화사업자 온세통신이 줄곧 제기하던 문제에 다름 아니다.
이에 따라 제2시내전화사업자는 시내전화 사업을 숙원해 온 데이콤과 통신사업 진출을 염원해 온 한전이 결합한 공동기업의 형태로 탄생했으며 8개 대기업이 연합한 온세통신에는 국제전화에 이어 시외전화사업을 허가함으로써 시내, 시외, 국제 등 유선계 전화의 경쟁구도가 마무리됐다.
유선계 전화사업의 경쟁도입의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가장 중요한 하나로통신의 서비스 개시가 아직 1년 이상 남아 있기 때문이다.
3사 경쟁 서비스가 시작된 지 두 달 가까이 지난 국제전화시장은 경쟁도입의 효과에 대해 어느 정도 긍정적인 평가가 조심스럽게 내려지고 있다. 온세통신의 사업개시 이후 국제전화사업자들의 대고객 서비스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는 데다 시장점유율도 조만간 6대3대1 정도의 「안정적인」 수준으로 정착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경쟁도입 2년째인 시외전화는 사전선택제를 실시하는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이 동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데이콤의 시장점유율이 한 자리수를 넘기지 못하고 있어 경쟁이 활성화됐다고 평가하기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어쨌든 유선계 전화사업 경쟁도입의 평가는 하나로통신이 시내전화사업을 개시한 이후로 미루는 것이 합당하다. 하지만 하나로통신이 당초 목표했던 대로 99년초에 사업을 개시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IMF 구제금융까지 신청하기에 이른 경제상황은 그렇지 않아도 자금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하나로통신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보여 시내전화의 본격적인 경쟁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그러나 통신서비스 시장 만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함께 고려해야 할 문제는 시내전화의 경쟁도입이 국내 통신장비산업의 발전도 담보해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시내전화사업이라고 해서 경쟁확대정책의 기본목표 가운데 하나인 통신장비산업의 육성을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한국통신에 이은 새로운 대규모 통신장비 시장이 될 하나로통신의 통신망 운용방향은 TDX시리즈로 성장해 온 국내 통신장비업계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가입자망 고도화와 통신장비산업 육성이라는 두마리 토끼잡기가 모두 하나로통신의 어깨에 달려 있는 셈이다.
<최상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