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전자화폐 개념 논란 활발

「과연 화폐인가 카드인가.」

올들어 금융결제원을 중심으로 27개 은행과 일부 신용카드사들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금융공동선불IC카드의 개념을 놓고 금융권과 관련업계의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공동선불IC카드의 성격을 전자화폐로 규정하느냐 아니면 기존 선불IC카드와 동일한 것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주무당국이 달라져 향후 사업추진체계및 방향이 크게 바뀔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논쟁은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 논쟁의 포문은 연 것은 전자화폐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은행권이다. 이는 은행권이 최근 금융공동선불IC카드 사업인가를 재경원에 신청하려하자 재경원이 기존시스템과 호환이 되지 않는 이기종 시스템이라며 사업인가 불허입장을 밝히면서부터 시작됐다.

현재 은행이 선불카드를 발급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업법상 재경원의 사업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재경원이 불가입장을 펴자 사업 조기추진을 위한 대응책으로 이같은 주장을 들고 나왔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화폐성격으로 규정될 경우 재경원의 인가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일부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공동IC선불카드는 이름만 선불카드이지 화폐가치를 디지털화해 거래가 가능토록한 것으로 「전자지갑」 내지는 「전자화폐」이기 때문에 사업인가와 무관하게 카드발급을 추진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와 관련, 연구기관의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장을 제기하는 데는 지금까지 전자화폐와 선불IC카드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립을 하지 않은 채 모호한 상태에서 IC카드 규격작업을 추진해 왔던 데서 기인하고 있다』면서 『화폐와 선불카드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할 경우 이같은 논란은 쉽게 정리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들은 특히 『전자화폐는 화폐와 마찬가지로 상품교환의 매개물로써 가치척도의 기능과 가치저장, 가치교환 기능을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며 『따라서 전자화폐도 일반 화폐와 마찬가지로 정산과정이 필요없이 익명성을 갖고 있어야 하며 또한 가치이전에 있어서도 제약이 없어야 하는데 금융공동IC선불카드는 이같은 면에서 무리가 많다』고 지적한다.

재경원측도 현재 금융권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카드는 정산기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익명성 등이 보장되지 않으며, 가치이전이 되지 않는 등 제3자가 개입한 변형된 선불카드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번에 촉발된 금융공동IC선불카드의 성격규정 논란은 사업인가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이같은 전자화폐 개념논란은 민, 관 양쪽 분야 모두에게 전자화폐에 대한 인식확산을 가져와 이의 상용화시기를 앞당기는 단초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어서 주목된다.

<구근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