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이정태 통신원) 90년대 들어 미국의 컴퓨터 및 통신 부문 등 하이테크 산업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이들 산업과 연관있는 비즈니스가 미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 전자산업연합회와 나스닥(장외주식거래 시장)의 후원을 받아 최근 발표된 「가상국가(Cybernation):미국 경제에 대한 하이테크 산업의 중요성」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하이테크 부문은 미국 전체 제품, 서비스 부문 매출의 6.2%를 점유했으며 4백30만명에 달하는 고용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 부문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은 다른 산업의 평균 임금보다 73%나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생산성에 있어서도 이들 산업의 가파른 성장률은 주목할 만하다. 90년부터 96년까지 하이테크 산업의 매출액은 8천6백60억달러에 이르러 전년에 비해 57%의 성장률을 보였다. 고용 성장률도 7.2%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표준산업분류(SIC)를 기초로 작성된 미 정부의 통계에 따른 것으로 하이테크 산업이 건설, 식품, 자동차 산업을 제치고 미국 경제를 선도하는 산업으로 떠올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보고서의 통계 수치는 45개 관련 산업군의 매출, 고용 관련 수치를 종합했기 때문에 이들 산업의 범위를 결코 넓게 잡은 게 아니다. 따라서 이들 산업의 범위를 넓게 잡을 경우 하이테크 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번 보고서는 단순한 통계 수치 뿐만 아니라 하이테크 산업의 발전에 따른 주요 이슈들을 함께 다루고 있다. 즉, 국가 교육체계 수립에 대한 문제를 비롯, 데이터 보호 소프트웨어의 수출 제한, 전자 상거래에 따른 특별세 부과 문제, 숙련 기술자들의 이민 쿼타 문제 등 관련 사안을 폭넓게 다루고 있어 이들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조망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미 상무부의 자료를 근거로 만든 이번 보고서는 하이테크 산업과 관련한 정책도 함께 다루고 있어 워싱턴 정가를 겨냥하는 측면도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 전자산업연합회 윌리엄 아치 회장은 『하이테크와 관련한 쟁점들은 앞으로 수년간 연방 또는 주정부에 중심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 정책을 입안하는 전문가들이 하이테크 산업에 대해서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이들 산업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고 말하면서 『하이테크 산업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기술과 산업의 매커니즘을 모르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의 목적은 통신 산업에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산업이 주요 부문으로 자리잡게 된 걸 보여주는 데 있기도 하다. 나아가 미국 전체 통신 환경이 컴퓨팅에 기반한 디지털 기술로 이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있다.
하이테크 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미국인들의 생활에서는 이제 컴퓨터와 인터넷은 떼어 낼 수 없게 됐다. 벨코어 연구소가 지난 9월 조사,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호스트 컴퓨터 수는 2천6백만대에 이르고 있다. 이는 1년 전 1천4백70만대에 이르던 것과 비교하면 아주 빠른 증가세이다. 연구소의 수석 과학자 크리스찬 휘테마氏는 『올 들어 호스트 컴퓨터의 증가세는 다소 둔화됐지만 인터넷의 성장률은 여전히 매년 2배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이번 보고서는 하이테크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임과 동시에 90년대 이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사회 시스템의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한 진단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