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스크바 시민들 사이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새해부터 러시아 정부가 새로이 도입하려는 전화요금 부과방식이다.
러시아 정부 산하 문화, 정보분과는 새로운 「전화통신서비스에 관한 규칙」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발생한다고 공고했다. 지난 10월 15일자 「로시스카야 가제타」에 실린 요금체계의 전문은 전화통신서비스에 관련된 광범위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모든 전화이용자들에게 적용되는 새로운 규정들 가운데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시내통화료가 분 단위로 산정된다는 사실이다. 현재까지 시내통화료 부과방식은 한달간 일정한 금액을 내면 사용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요금산정방식을 급격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는 데에서 오는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수년간 시간당 시내통화료 산정방식 도입과 관련해 논의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부가 이의 시행을 계속 미루어 온 것은 국민 정서를 고려해서였다.
러시아 정부는 이 때문에 새로운 요금부과체계의 본격적 시행을 앞두고 일정한 완충기를 두기로 결정했다. 러시아 국가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전화이용자는 석달간 시간당 통화료를 산정한 요금계산서를 받게 된다. 물론 이 기간 이용자는 요금계산서에 나온 시간당 통화료를 납부할 필요는 없다. 이 시험기간 이용자들은 새로운 요금납부체계에 대한 지식을 얻고 자신의 재정적 능력에 맞는 전화통화시간을 산출하면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분당 통화료 산정체계는 유연하면서도 점진적으로 정착되리라는 것이 러시아 정부의 입장이다. 사실 내년 초부터 요금체계를 바꾼다 해도 이른 시일내에 이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는 어렵다. 시간당 시내통화료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해 말께 모스크바 전체 14개 전화국이 필요한 기술 및 기자재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필요한 모든 준비를 갖추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내년 중반 이전에 새로운 방식으로 산정된 전화요금 청구서가 발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새로 규정된 규칙에서 눈길을 끄는 또다른 사항은 팩스와 모뎀을 비롯해 일반 전화망을 통한 통신기구의 이용에 대해 더 이상 추가지불이 없다는 점이다. 팩스의 경우 전신국에서 이용할 경우 그 비용부담은 전화통화보다 세배 정도 크다. 더욱이 팩스의 전송속도가 일반 가정보다 훨씬 느리기 때문에 전신국을 통한 팩스 이용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모스크바 이외 지역에서 더욱 심한데, 한 한국인 사업가는 러시아 남부지역의 전신국에서 서울로 한 장의 팩스를 부치는데 30달러 정도를 지불하기도 했다. 새로운 규정에는 이러한 불합리한 요금체계를 시정하려는 시도가 포함돼 있다. 물론 가정에서 이용할 경우 현재에도 팩스와 전화요금의 차이는 거의 없으며 전송속도 역시 빠르다.
하지만 새로운 규칙에서도 지나치게 과도한 국제전화 및 시외전화요금, 전화설치비의 문제 등에 대한 본격적인 해결방안은 없다. 러시아 사회발전을 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이 낙후한 통신설비와 과도한 국제, 시외전화요금이라는 데에 이견을 달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국내외 투자가들이 통신설비의 현대화에 투자할 의사를 비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교환기의 교체를 비롯한 전화통신의 현대화는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관련 인원의 감축이 야기할 사회적 문제도 이를 가로막는 한 요인이지만 좀더 근본적인 장애물은 관료들의 뒷주머니를 채워주는 사이드머니가 현대적인 통신장비 아래서는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전화를 가설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공식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1백∼3백달러의 가설비 이외에 순서를 건너뛰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관료들의 손에 건네야 하는 그 몇배의 돈이 합산돼 계산되어야 한다. 비공식적 비용이 없으면 전화를 가설하기 위해 몇 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러시아의 국제, 시외전화요금은 현재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비싼 편이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 많이 합리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