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95년 2월 한국항만전화(현 한국TRS)를 TRS 제1전국사업자로 허가한 것을 시발로 96년 6월 제2전국사업자인 아남텔레콤과 서울TRS, 세방텔레콤 등 5개 지역 TRS사업자를 각각 선정했다. 또 무선데이터통신 분야의 사업자로 한세텔레콤, 에어미디어, 인텍크텔레콤 등의 사업권을 허가했다.
이어 올해 6월에는 지난해 사업권 허가신청업체가 없었거나 적격업체가 없어 허가를 보류했던 대전, 충남 등 4개 지역의 사업자 선정작업을 거쳐 충남TRS, 강원텔레콤 등 4개 신규사업자를 선정함으로써 2년 4개월간의 경쟁확대 정책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틈새시장(니치마켓)인 물류통신서비스 경쟁은 9개 지역 TRS사업자를 한군데로 묶을 경우 6파전으로 전개돼 2개의 휴대폰사업자와 3개의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들간 경쟁보다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물류통신시장을 둘러싼 일련의 허가선정작업에 대한 과실을 논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이른 면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한국TRS의 본격 상용서비스가 전국망이 구축된 지난해가 돼서야 비로소 시작돼 실경력이 1년에 불과한데다 신규사업자인 아남텔레콤이, 한세텔레콤 등 무선데이터통신 3사들조차도 상용서비스 시기가 두달여로 일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초 사업권 허가를 통해 관련 통신장비의 국산화 제고 등 경쟁력 확대라는 근본취지는 고사하고 상용서비스 초반부터 불거져나오고 있는 단말기 부족, 시스템 불안 등 「발등에 불」조차도 제대로 진화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사업자를 배출한 것도 앞으로 상당한 논란거리로 등장할 조짐이다. 국내 물류통신시장 규모는 오는 2000년 50만대, 20005년 1백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돼 장기적으로는 이들 6개 사업자가 어느 정도 수익성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과연 그때까지 이들 6개 물류통신사업자들이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를 따질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때문에 한국TRS를 제외한 이들 5개 신규 물류통신사업자들은 「현상유지」만 해도 합격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당초 계획한 투자비를 대폭 줄이고 인원도 필수요원만으로 상용서비스에 나서는 등 긴축경영체제에 들어가고 있다. 신규통신사업권 획득이 곧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공식이 이미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옛 이야기라는 것이다.
실제로 충남TRS, 새한텔레콤 등 지난 6월 사업권을 획득한 4개 지역 TRS사업자들은 사업불투명을 이유로 공동교환국 등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투자비용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쟁확대를 통한 국내 통신장비산업의 활성화」라는 당초의 취지도 현재로서는 담보할 수 없는 처지인 셈이다.
국내에 관련장비에 대한 원천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사업자들이 상용서비스 일정을 무리하게 앞당기다 보니 자연스레 국내 기술력만으로는 한계에 부닥쳐 부득이 초기 상용서비스 장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최악의 사태가 펼쳐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당초부터 기술개발능력이 없는 지역TRS나 무선데이터 통신사업자들에게 「사업권과 기술개발」이라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안겨준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개인휴대통신(PCS) 등 경쟁이동통신 매체가 과연 어느 정도의 시장을 확보하느냐도 물류통신시장 사활의 최대 관건이다. 이들이 물류통신시장을 잠식할 경우 상대적으로 물류통신서비스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부의 물류통신분야 6개 사업자 선정은 경쟁촉진이라는 당초 명분은 축적했으나 기술개발 등 현안들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결과적으로 「사업포기」라는 최악의 카드도 배제할 수 없는 입장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