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97)

케이블이 맨홀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맨홀과 맨홀 사이에 강한 철사를 밀어넣고 그 끝에 통신 케이블을 묶은 후 한쪽 맨홀에서 당겨 맨홀 속으로 케이블을 집어넣는 것이었다. 결코 서두른다고 빨리 진행되는 작업이 아니었다.

『김 대리, 전용회선 접속 시작했나?』

『네, 절체가 되지 않은 경비회선과 주변 은행의 전용선을 가장 우선적으로 접속하고 있습니다.』

『그래, 지금상황에서 전용선이 가장 문제야. 접속하는 대로 해당업체로 가서 시스템 확인해 주라고 해. 일단 한번 라인이 끊긴 회선은 시스템을 재시동 걸어주어야 살아나니까, 접속이 끝난 곳은 직원이 방문해서 시스템 재시동 걸어 주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창규 박사한테는 더 이상 연락 없었지?』

『네, 없었습니다. 아까 실장님과 통화하고는 더 이상 연락이 없었습니다.』

『알았네. 연락이 오면 내게 알려주게나.』

『실장님, 그럼 화재 원인은 그 분전반 과열로 확정 된 것입니까?』

『일단은 맞아.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닌 것 같아. 분전반이 과열된다고 해서 통신 케이블에까지 옮겨붙지는 않았을 거야. 어쨌든 이번 화재는 분전반에서 일어난 사고는 분명해. 그러나 거기에 인위적인 면이 있어.』

『인위성이요?』

『그래. 누군가 의도적으로 화재를 유도한 흔적이 있어.』

『그럼 누군가가 불을 질렀다는 이야기 인가요?』

『불뿐만이 아니야. 이번에 일어났던 통신대란 전체에 어떤 인위성이 감지되고 있어.』

『아니, 어제 일어난 통신사고 전체가 누군가에 의해서 일어났다는 말 인가요?』

『아직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어. 좀더 파악해 보아야 하지만 그런 느낌이 들어.』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맨홀화재와 자동절체시스템, 그리고 위성까지 한꺼번에 인위적으로 고장을 낼 수 있겠습니까?』

『그럴 수도 있다는 거야. 그러나 우연이라고 가정하기엔 너무나 이상한 점이 많아. 일단 언론에 이야기할 필요는 없어. 현재 현장검증 결과를 가지고 공식적인 화재원인을 정리하고 있으니까,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아무런 이야기를 하면 안돼.』

『알겠습니다. 그리고, 어젯밤에 오셨던 진기홍 옹께는 연락하셨습니까? 아주 관심이 많으시던데요.』

『응, 조금 있으면 도착하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