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PCS 특집] 세계 단일 통화 꿈이 현실로

「이제는 위성통신이다.」

위성을 이용해 전세계가 국경없는 단일 통화권을 실현할 수 있는 위성 이동통신시대가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손바닥만한 단말기로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자유로운 양방향 통화가 가능한 꿈의 통신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오늘부터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위성이동통신 기술 및 전략 세미나」에서는 이렇듯 점점 우리 눈앞에서 가시화하고 있는 위성통신시대의 청사진을 종합적으로 조명하게 된다.

한국통신학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공동 주최한 이 자리에서는 △국제 위성통신사업 및 국내 사업 추진현황 △국제협력방안 △국내 위성통신 정책동향 △GMPCS 서비스 전망 등 주제별로 전문가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의 장을 마련한다.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세미나에는 정부, 산업계, 학계 등 각계 위성통신 관련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그동안 이룬 기술적 연구성과와 제기되는 현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한다.

특히 범세계 위성휴대통신(GMPCS)과 IMT2000의 상관관계, GMPCS 글로벌 로밍 등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 개진이 있을 것으로 보여 그 어느 때보다도 뜻깊은 자리가 될 전망이다.

사실 최근 GMPCS 위성 발사를 계기로 위성을 이용한 개인휴대통신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도 정보통신산업에서 위성통신분야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수준이다.

그동안 위성을 통한 통신서비스는 지상에서 3만6천㎞ 상공에 위치한 정지궤도의 통신위성을 이용해 선박 및 항공기 통신용으로 부분적으로 제공돼왔다. 하지만 이는 서비스 범위가 제한적이고 송수신 신호의 세기가 미약해 크고 무거운 단말기를 사용해야 하는 등 엄격한 의미에서 개인휴대통신이라 말할 수 없었다.

여기에 착안해 지구에서 7백~1만㎞ 떨어진 저궤도와 중궤도에 통신위성을 쏘아올려 개인휴대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GMPCS 개념이 등장했다. 한마디로 GMPCS란 위성을 통해 전세계를 하나의 통화권역으로 묶어 표준화한 프로토콜을 바탕으로 음성, 팩스, 데이터, 무선호출 등 다양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즉 사업자 간 혹은 국가 간 상이한 기술표준으로 특정 지역 혹은 특정 국가 내에 머문 개인휴대통신 서비스의 지역적 한계를 해소한 글로벌 통신수단인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GMPCS 가입자를 오는 2010년 기준으로 3천4백만명 정도로 추정한다. 또 GMPCS시장은 33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마디로 차세대 이동통신시장 가운데 가장 전망있는 사업분야임에 틀림없다.

GMPCS는 사용 주파수 대역에 따라 두가지로 분류된다. 주파수대역이 1㎓ 이상인 빅 LEO(Low Earth Orbit)와 1㎓ 이하인 리틀 LEO가 그것이다. 빅 LEO시스템은 음성을 비롯, 데이터, 팩스, 무선호출, 위치추적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반해 리틀 LEO시스템은 주로 데이터서비스를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GMPCS는 위성을 이용해 북극, 남극, 산간오지 등 통신인프라가 구축되기 힘든 지역을 모두 포괄할 수 있어 유선을 통한 지상망과 대비돼 「하늘의 통신망」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또 아날로그(AMPS)/코드분할다중접속(CDMA)/시분할다중접속(TDMA) 등 각기 다른 이동통신 표준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어 차세대 이동통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GMPCS는 IMT2000으로 가기 위한 위성계의 차세대 통신시스템으로 불리고 있다.

현재 GMPCS는 굵직한 것만 따져봐도 전세계적으로 10개 정도의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이 가운데 4, 5개는 이미 컨소시엄 구성, 투자자 모집 등 실질적인 준비를 마무리하고 상용서비스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이리듐이 첫 전파를 발사하게 되며 이어 오는 2000년까지 글로벌스타, ICO(Intermediate Circular Orbit), 오딧세이 등이 순차적으로 위성을 이용한 개인휴대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저궤도와 중궤도 상공에 5백여개의 인공위성이 올라가 하늘에서 지상과 연계되는 또 다른 공중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GMPCS프로젝트는 빅 LEO시스템인 이리듐, 글로벌스타, ICO 등 3개에 리틀 LEO시스템인 오브콤을 포함해 4개 정도다. 각 프로젝트에는 모토롤러, 퀄컴, 로럴 등 세계적인 통신업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차세대 이동통신시장인 위성통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90년 모토롤러 주도로 GMPCS 가운데 처음으로 선보인 이리듐 프로젝트는 이미 14개국에서 17업체의 투자자를 중심으로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총 34억달러를 투자해 내년 9월부터 시범서비스를 개시한다. 현재 다른 프로젝트에 비해 가장 빠른 사업 진척을 보이고 있는 이리듐은 위성간 링크서비스를 강점으로 70여개의 인공위성을 저궤도 상공에 쏘아 올려 GMPCS시장을 초기에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로럴, 퀄컴 등이 주관사업자인 글로벌스타도 6개국 10개 업체로부터 이미 20억달러의 투자자금을 마련하고 올해 말에 글로벌스타 1호기를 발사해 내년 하반기에 본격적인 서비스에 돌입한다. 글로벌스타는 예비위성을 포함해 총 56개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며 전세계에 2백여개의 지구국을 건설해 이미 구축된 지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이리듐이나 글로벌스타와 달리 중궤도를 이용하는 ICO는 국제해사위성기구(인마샛)가 주도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에 첫 위성을 쏘아올려 오는 2000년부터는 본격적인 상용서비스를 실시하게 된다. 특히 ICO는 서비스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은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 인마샛 정지궤도 위성을 이용한 개인휴대통신 서비스인 미니M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리틀 LEO시스템으로 데이터 전용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는 오브콤이 미국 등 지역서비스 중심에서 내년부터는 전세계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발맞춰 사업 초기부터 국제 컨소시엄에 합류하고 활발한 사업을 벌여왔던 국내업체들의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한국통신, SK텔레콤, 삼성전자, 현대전자, LG정보통신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세계적인 통신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GMPCS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최근 정통부로부터 각 프로젝트에 대한 가허가를 얻은 데 이어 내년 본허가를 부여받고 기간통신사업자로서의 위치를 확보할 전망이어서 국내 GMPCS사업은 본격적인 2라운드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업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위성통신사업은 글로벌스타, 이리듐, ICO, 오브콤 등 4개 프로젝트.

SK텔레콤은 미국 모토롤러가 주도하고 있는 이리듐 프로젝트에 독점 참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총투자액 가운데 4.5%인 8천2백만달러를 투자하고 상임이사회 자격을 획득했으며 이를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추진할 이리듐코리아를 지난해 설립했다.

이미 한국과 북한지역에 관한 독점 서비스권을 확보한 SK텔레콤은 서울 대방동에 이리듐운영센터를 설립하고 교환 및 통제시스템(NMS) 등을 통해 테스트중이며 충주와 진천에 건립중인 관문국(게이트웨이)도 다음달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국통신, 신세기통신, 삼성전자 등도 8천4백만달러를 투자하고 ICO프로젝트에 상임 이사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위성망과 지상망의 연동서비스를 위해 국제통신망 등 글로벌 전송로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위성지구국(SAN) 건설 및 중요 통신설비 설치승인을 내년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또한 삼성전자도 최근 CDMA, TDMA, CDMA/AMPS 겸용 방식의 ICO단말기를 각 사업자에게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까지 시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CDMA방식의 위성이동통신 단말기를 전세계에 독점 공급하기로 최근 ICO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시장선점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데이콤과 현대전자도 미국 로럴과 퀄컴이 주도하는 글로벌스타에 총 3천8백만달러를 투자하고 국내 및 동아시아지역의 서비스 사업권을 확보했다. 데이콤과 현대전자는 이를 위해 최근 건립한 경기도 여주의 위성지구국을 통한 위성과 지구국 간의 망 안정 테스트를 본격화하는 등 내년 8월 서비스 준비 최종 마무리단계에 들어갔다. 이들 업체는 여주지구국을 국제통신망과 국내통신망을 연결하는 관문국 역할 뿐만 아니라 위성발사 후 궤도진입 및 자체제어 등 관제역할까지 수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국내 CTI그룹이 데이터 전용 위성통신 서비스인 오브콤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삼성동에 망제어센터를 건립하고 단말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실질적인 사업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위성과 위성이 상호 연결되고 위성에서 개인단말기로 직접 통신이 이루어지는 「하늘의 통신망」이 조만간 현실화할 전망이다.

<강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