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한솔PCS-한통프리텔, 상호로밍 합의 배경

한국통신프리텔과 한솔PCS가 4일 영호남 및 충청, 강원지역에서의 PCS 로밍서비스에 전격 합의한 것은 자금조달이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는 최근의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긍정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충격으로 상징되는 최근의 경제상황은 그동안 줄곧 지적돼 온 PCS3사의 과잉 중복투자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켜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남, 충청은 한솔PCS가, 영남, 강원은 한통프리텔이 망을 구축하고 이들 지역에서 양사 가입자에게 로밍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양사의 합의는 상당한 투자비 절감효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양사에 따르면 이번 통합망 구축으로 절감할 수 있는 총 투자비는 2001년까지 1조2백억원으로 시설투자비 8천4백억원, 인건비 및 일반경비가 1천8백억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양사가 따로 시설을 구축할 경우에 비해 서비스 커버리지를 극적으로 확대시킬 수 있어 PCS서비스가 휴대폰 서비스를 따라잡는 데 상당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PCS3사가 사업권 획득 직후부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망구축을 분담해 상호로밍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각사의 이해관계가 얽혀 성사시키지 못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양사의 이번 합의는 상당히 전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이는 한편으로 과잉경쟁에 대한 PCS사업자들의 위기의식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3사 가운데 LG텔레콤을 배제하고 한솔과 한통 2개사가 전격적으로 제휴조치를 발표한 것은 2사 로밍의 의의 못지않은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솔과 한통 양사는 LG텔레콤이 배제된 것은 『한솔과 한통은 삼성 장비를 사용하는 반면 LG텔레콤은 LG장비를 사용, 호환성 확보에 문제가 있고 상호 로밍시 2개사까지는 통화품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3개사가 참여할 경우 품질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술적 난관 때문에 우선 양사가 제휴 하지만 LG텔레콤이 희망한다면 앞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이해당사자인 LG텔레콤은 긴급 해명자료를 통해 『PCS장비들이 국내 주파수대역에 맞는 표준규격 아래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장비의 호환성이 LG를 배제한 직접적인 이유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LG텔레콤은 『최근 획기적인 중계시스템(가칭 광중계시스템)을 개발, 완료함으로서 완벽한 전국 서비스를 위한 기지국 수를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게 돼 자체적으로도 한솔과 한통프리텔이 발표한 금액 이상의 투자비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LG텔레콤은 심지어 『한솔과 한통프리텔이 자사의 새로운 망에 참여를 희망할 경우 수용방안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역공을 취했다.

그러나 한솔과 한통프리텔 두회사가 제휴한 실질적인 이유는 휴대폰을 포함한 5사 경쟁체제 아래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상의 파트너로 서로를 선택한 것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장비 문제는 파트너를 선택하기 위한 고려사항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LG가 배제된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오히려 초기의 시스템 공급문제에서부터 단말기 파동, 가입자 수 발표에 이르기까지 장비제조업체를 계열사로 거느린 LG에 대해 쌓였던 양사의 앙금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아직까지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단말기 문제는 장비제조업체를 갖지 못한 한솔과 한통으로 하여금 위기의식을 갖게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한솔과 한통은 전략적 제휴로 투자비 절감과 서비스 지역확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 LG텔레콤을 협공함으로써 경쟁우위를 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PCS의 취대 취약점 가운데 하나인 전국 커버리지 문제를 단숨에 해결, 그동안 이동전화 시장을 과점하면서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었던 SK텔레콤의 아성에 본격 도전하겠다는 노림수가 숨어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택, 최상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