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인체 면역시스템과 경쟁력

鄭溶文 한솔PCS(주) 사장

최근 우리의 경제가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물론 동남아 여러 국가들의 통화위기로 인한 외환수급의 불균형과 화폐가치의 급락으로 생기는 경제혼란이 우리에게 밀어닥쳤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이미 우리에게도 혼란의 증후가 벌써부터 배태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작년 말 대외수지 적자가 수백억달러로 사상 최악의 상태였고 외채총액이 1천억달러를 상회한 데다가 금년 들어선 줄을 잇고 있는 대기업의 부도사태로 은행의 부실채권이 급증하면서 한국의 국제신용도가 급격히 저하된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외환차입이 어려워지면서 환율급등과 주가폭락 등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에 봉착해 급기야 IMF의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렇게까지 된 원인은 여러 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지만 정부의 금융시스템의 통제를 통한 자원배분에 큰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정부가 항상 경제의 중심 역할을 맡는다는 것은 물론 발전의 초기단계에서는 유익했는지 모르지만 경제적 의사결정이 복잡하게 되면서 역효과가 생기고 한계에 이른 것이다.

한국은 지난 수십년간 정부의 금융통제를 통해 자원을 배분함으로써 기업은 자연히 집중도가 높아지고 중앙화한 관료화로 운영되는 지도부가 기업활동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급격히 변해가는 기회와 니즈에 적응하는 능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창조력이 충만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중소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경제가 활성화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되고 있다.

지난번 MIT의 R 돈부슈 교수는 한국의 심각한 구조문제와 관련, 『경제개혁의 축을 혁신과 경쟁에 두어야 하고 구조의 비(非)중앙화를 서둘러야 한다. 더욱이 최대의 오류는 국제금융 자유화가 불가피하다고 믿어 OECD 가맹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인데 멕시코와 터키는 가맹으로 지불해야 할 대가를 생각, 즉시 들어가지 않았다. 긴요한 문제는 선진국클럽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외국의 자본이 주식시장이나 직접투자에 매력을 느끼게 하고 1인당 국민소득을 증대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의 정부가 관료화하고 중앙집중화하면 우리의 기업들도 함께 중앙집중도를 높이고 관료화하게 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인체의 면역시스템은 모든 권한을 말단세포에 주어 외적의 공격에 대처할 때 어떻게 하는가. 결코 집중화되어 있는 뇌에 의존하지 않는다. 인간의 면역시스템은 어떤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그 바이러스가 동맹자인지 친입자인지 알아보고 반응한다.

예를 들면 오른손의 중지가 잘렸을 때 중지의 면역시스템은 출혈은 중지하고 피부를 재생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중앙집중의 뇌와는 상관없이도 처리한다. 혹 상처에 외부 바이러스가 공격할 때만 면역시스템은 뇌에 신호를 보내 체온을 높이는 지시를 한다. 면역시스템은 국소적인 영향을 신체 전체에 번지지 않게 한다. 인플루엔자에 걸려도 분산돼있는 면역시스템이 즉시 대처한다.

이렇게 면역시스템은 분산, 병열처리되는 것이다. 면역시스템은 단독 세포 네트워크로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고 아드레날린이나 호르몬같은 중요한 화합물을 분비하는 腺과 밀접하게 협조해 기능하고 간장, 취장, 신장과 조화를 유지하고 있다. 선(腺)과 장기(臟器)는 분산돼있는 허브로 마치 컴퓨터의 네트워크 서버로 볼 수 있다. 기업의 사장은 뇌에 해당한다. 수평, 수직, 서열적인 구조가 경영을 지배하는 거대한 본사의 수많은 스텝기능, 정보의 흐름과 의사결정의 프로세스의 방대한 매트릭스를 감독하는 데 이러한 경영시스템은 위로 보고하고 아래로 지시한다. 아래로부터 올라온 보고를 토대로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관료주의를 낳고 기업을 질식시켜 회사의 존립을 위협한다. 한국의 오늘의 파행은 인체의 면역시스템과 역행하는 모든 구조의 관료화, 중앙집중화가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