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01)

『네, 일반적인 칩이 아니었습니다. 독수리가 새겨져 있는 특수하게 제조된 칩이었습니다.』

『독수리?』

『네, 칩마다 독수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것, 어디서 제조된 것이오?』

『일본입니다. 일본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련번호가 모두 같다는 것입니다. 특성은 다를지라도 한군데서 특수한 목적으로 제조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 독수리 모양을 볼 수 있겠소?』

『지금 바로 볼 수는 없습니다. 이곳 맨홀 속에 있던 칩은 소손되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이 부서졌고 자동절체 시스템의 칩은 지금 연구소 쪽에 가 있습니다.』

『그 독수리, 모양이 어떻게 생겼소?』

『선생님, 혹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를 아시는지요.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준 죄 때문에 간이 자라면 독수리에게 파 먹히는 고통을 당하는 프로메테우스 말입니다. 그 프로메테우스의 간이 자라기를 기다리는 독수리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요? 요람일기의 원본에도 그런 모양의 독수리 그림이 있었소.』

『독수리 그림이요?』

『그렇소. 내가 번역해준 요람일기에도 그 독수리에 관련된 내용이 있었소. 그림까지 번역할 수 없어 그냥 놔두었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통신권 피탈을 진두지휘했던 다나카가 늘 데리고 다니던 독수리 말이오.』

『다나카, 기억납니다. 어깨에 독수리를 앉혀 놓고 다녔다는 내용 말이지요?』

『그래요. 그 다나카가 우리나라의 통신을 침탈한 주범이오. 그는 늘 어깨에 독수리를 얹고 다녔다고 되어 있소.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해서였소.』

『선생님, 하지만 다나카가 어떤 인물인지는 거론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소. 구체적이 통신피탈 과정과 다나카가 어떤 인물인지는 나타나지 않았소. 아마도 요람일기의 마지막 권인 인(人)권에 나타나 있을 거요.』

『아까 말씀하셨던 인권의 소재는 어떻게 된 것입니까?』

『요람일기를 소장하고 있던 사람의 처갓집을 알아냈소. 자신도 요람일기의 천(天)권과 지(地)권을 그 처갓집에서 가져온 것이라 했소.』

『그랬군요. 그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김 실장 일정이 어떻소? 장소가 그리 멀지는 않소.』

『선생님, 이곳의 통신망에 대한 가(假)복구가 완료되면 시간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좋아요. 그때 잠깐 같이 다녀옵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