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벤처기업 투자로 「활력」 찾아야

국산 DB가 개발된 지 올해로 만 10년이 됐다. 그러나 국산 DB의 존재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국내 개발제품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식었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환율대란을 겪으면서 로열티 부담이 큰 문제로 등장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국산 제품개발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오히려 IMF파동을 타고 신규투자가 억제되는 분위기 속에서 그나마 미약하던 개발열기가 식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환경이 어려울수록 당장 뗌질식 처방보다는 차분하게 대응해야 하고, 오늘보다는 내일의 큰 이익을 위해 미리부터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춘추전국시대 중국 제나라의 명재상 관중은 전투에 나선 환공에게 퇴각하는 적을 더 이상 쫓지 말라고 권한다. 『저들은 비록 지금 퇴각하고 있으나 질서정연하게 물러서고 있으니 반드시 다시 공격할 저력이 있는 군대다. 이쯤에서 물러서는 것이 좋겠다』고.

아무리 위급한 상황일지라도 차분하게 대응할 줄 아는 적이라면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위기가 아무리 급해도 더 이상 쫓기는 짐승처럼 물러서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산꼭대기에 올라서서 주변을 넓게 바라보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당장 발등의 불을 방치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뚫린 구멍은 응급조치로 막되 물러설 지점을 정확히 예측하려는 노력은 우선 해봐야 하고 그 다음을 어떻게 도모해야 할지도 계획이 서야 한다는 것이다.

대다수 기업들이 당장 조직축소와 감원 등의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으며 내년도 신규투자를 대폭 억제하고 있다. 특히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더욱 축소할 추세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기업에 있어서도 그동안의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투자조정 등 대폭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움츠러들기만 하는 소극적 대응은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우리 경제가 최근 극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기업들의 부풀리기 경영도 한 요인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필요한 기술의 개발보다는 로열티 몇 푼 주고 당장 필요한 기술을 도입하는 쪽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다소간의 투자가 들고 리드타임이 필요하더라도 필요한 기술의 개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기업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또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다고 하지만 투자대상을 찾으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우리의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전국의 주요대학에 생겨난 수많은 벤처동아리들이 그것이다. 한 벤처동아리에 기억원씩만 투자해도 그들의 개발 활동에는 단연 활기가 돌 것이다. 벤처동아리에 투자한다는 것은 또 장기적인 면에서 인력확보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선 연구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벤처기업 창업에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투자기관이나 민간기업 부설 연구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벤처기업 창업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시책에 힘입어 그 어느때보다도 높고 뜨겁다. 얼마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연구원, 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공모한 유망 벤처기업 창업 아이디어 중에는 당장 창업을 해도 성공 가능성이 큰 우수 아이디어가 많았으며 그중에서도 소프트웨어나 정보통신분야가 가장 관심을 모았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고 할 것이다.

또 전자, 정보통신 관련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퇴직한 명퇴자에 대해서도 관심 가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들의 상당수는 오랫동안의 실무경험을 통해 체득한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벤처기업 창업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 상황은 이같은 유망 벤처기업 또는 창업기업에 대한 소액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또 이같은 벤처기업 투자는 현재의 불황타개를 위한 유용한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 기업이 신규투자를 무조건 피하는 것이 능사일 수는 없다. 남들 다하는 방식은 이제 너무 낡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