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터넷 폰 음성품질 개선 경쟁

인터넷 음성전송 기술개발 움직임이 미국의 관련업계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인터넷 전화를 기존 전화와 똑같이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조만간 다가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구석구석을 연결, 통화를 할 수 있는 인터넷 음성전송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국제전화에 비해 요금이 절반 이하로 저렴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역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정보기술부문 시장조사 업체인 포레스터 리서치는 오는 2002년이 되면 인터넷을 이용한 음성전송이 미국 전체 국제전화 통화량의 4%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억달러에 달하는 금액으로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니다.

이에 따라 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는 노력이 통신업계는 물론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업계, 네트워크 업계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전에도 이런 노력은 있었지만 최근 들어 전개되는 양상은 과거와 전혀 다르다. 업체별, 기껏해야 업계 내에서 진행되던 음성품질 개선 노력은 이제 관련 업계를 포괄하면서 총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 이뤄진 제휴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지난 8월 독일의 통신서비스 업체인 도이치텔레콤(DT)이 미국의 인터넷 전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보컬텍 커뮤니케이션스와 손잡고 인터넷 전화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DT는 보컬텍의 주식 21%를 인수하는 형식을 빌어 세계 유수의 통신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지향하는 첫 발을 내디뎠다.

미국의 장거리 전화업체인 AT&T도 인터넷 전화 기술개발 업체인 ITXC社에 투자했다. 지역벨사인 벨 애틀랜틱과 US웨스트,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인터넷폰 업체인 VDO넷에 투자함으로써 인터넷 전화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전의를 다지고 있다.

장거리 전화시장에서 있었던 월드컴의 MCI 커뮤니케이션스 인수 제의도 인터넷전화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MCI의 인터넷부문 자산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케이블TV 업체들도 광케이블 네트워크를 이용해 인터넷 음성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케이블TV 업체들은 늦어도 99년에는 서비스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은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노력을 지켜본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 근거로 인터넷 전화 소프트웨어부문 선두업체인 보컬텍과 웹폰 소프트웨어로 유명한 넷스피크가 지난해 상당 폭의 적자를 기록했던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은 이런 비관적 현실을 상쇄시킬 수 있을 정도로 미래 가능성이 크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부진 속에서도 주가가 2, 3배씩 급등하는 기이한 현상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점이 바로 인터넷 전화 시장이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인텔이나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스, 모토롤러 등 내로라하는 거대 기업들이 인터넷을 이용한 음성전송 부문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인터넷 음성전송 기술개발 업체들은 지금까지의 음성품질 개선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거둘 때가 됐다고 자평한다. 실제로 2년 전 인터넷 음성전송이 처음 선을 보였을 당시와 비교하면 엄청난 향상이 있었다.

인터넷 음성전송 시장의 관건은 여전히 품질향상이다. 기술개발 업체들은 전송되는 음성품질이 기존 전화에 미치지 못해 시장이 확산되지 않는다고 보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인터넷에서의 음성전송 지연현상을 해소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개발됐다. 이에 따라 올해 초 6백㎳에 달하던 음성전송 대기시간이 현재 3백㎳로 단축됐다.

또 음성전송이 필요할 경우 인터넷과 인트라넷을 동시에 이용하는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 이밖에 인터넷과 공중망을 연결, 컴퓨터에서 전화로, 혹은 전화 대 전화를 연결해 주는 게이트웨이의 활용도 늘고 있다. 업체들은 기술개발을 멈출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