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프트엑스포 97"을 생각한다

소프트웨어(SW)종합박람회인 「소프트엑스포 97」 행사가 지난 14일 폐막됐다. 지난 9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6일 동안 계속된 이번 행사는 국내 SW산업계가 걸어온 한 해를 결산하고, 정보사회의 핵심으로 부상한 SW산업의 육성과 발전방안을 모색하며 나아가 국내 SW산업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관심도를 높힌다는 데에 그 의의를 찾을 수가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번 행사는 당초 예상과 달리 업계 관계자들의 냉담한 반응과 운영상의 미숙 등으로 첫 발부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은 최근의 심각한 국내경제의 위기상황 때문인 것으로 일단은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최근의 극심한 불황 속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 소프트엑스포라는 또 다른 유사전시회를 개최한데 대한 관렵업계의 불만이 컸기 때문인 것도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SW업계는 국내에서 개최되고 있는 컴퓨터 및 SW관련 전시회가 무려 5∼6개에 달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므로 정부에서는 기존의 SW관련 유사 전시회를 통폐합, 오히려 전문전시회로 육성해야 할 실정인 데도 정부가 앞장서서 특징없는 또다른 유사전시회를 마련한 것은 결국 업계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옥상옥(屋上屋)이 되고 말았다는 주장이다. 그 추진 과정에서 SW산업계의 전폭적이고 자발적인 호응을 보이지 않은 것도 따지고 보면 또다른 유사전시회의 탄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차라리 이번 행사에 소요된 막대한 자금을 기술력있고 비전있는 SW 벤처기업 이십여 군데에 지원했더라면 더 실질적인 효과를 거뒀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행사내용에 있어서도 문제가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SW의 날, SW산업인의 밤 등의 유사행사를 폐지한 것은 관련행사가 너무 많아 이를 간소화하고 통합해야 한다는 명분이었지만 결국 또다른 행사를 새로 만든 격이 되고 말았다. 내년 이맘쯤에는 또다른 기관이나 단체가 유사행사의 통합을 내걸고 또다른 행사를 추진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엑스포는 말 그대로 산업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해 전세계의 신기술과 신제품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전시하는 국제적 행사가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사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국내에 진출한 일부 외국계 및 대기업의 억지춘향격 지원으로 추진되었고 따라서 신기술, 신제품 출품은 거의 볼 수 없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기존 전시회와 별다른 차별성을 꾀하지 못해 집안잔치라는 인상을 지을 수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 행사는 너무 겉치장에만 신경을 썼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엑스포행사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그 중개역을 맡아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번 행사를 둘러본 관계자들의 상당수가 정부가 무엇을 제시하려고 했는지 또 과연 정부가 나서서 이런 행사를 치러야 했는지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컴퓨터 및 SW산업계는 최근의 격심한 경기침체로 제품의 개발, 생산, 유통 등 전부분에 걸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올초부터 불기 시작한 부도여파에 몸살을 앓아온 대부분의 중소 SW개발업체 및 유통업체들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IMF(국제통화기금) 한파까지 겹쳐 아예 일손을 놓다시피하고 있다. 더욱이 상당 부분을 수입해 의존하고 있는 SW업계 특히 외국계 SW업체들은 환율인상으로 하루하루를 새로운 사업계획 마련에 여념이 없는 상태다.

또 이러한 상황은 IMF시대가 지속되는 한 앞으로 더욱 악화될 전망인데 정부가 과연 이런 행사를 직접 치뤄야 할 것인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정부의 기능은 산업이 잘 커나갈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하고, 길을 뚫어주는 일을 해야 한다. 스스로 생색내기 위해 아주 실무적인 일까지 손대는 일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전시회 개최는 업계 자율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오히려 기존의 유사전시회를 통합하는 쪽으로 유도하여 전문전시회를 육성해야 한다. 또 SW개발은 요즘과 같은 연말에 끝내 첫 선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하반기에 첫 선을 보여 내년도 수요개발에 나서고 있는 특성이 있는 만큼 연말에 전시회를 개최하여 억지로 출품케 한다는 것은 제품개발 업체나 수요업체에 대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유념해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