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WLL주파수 확보전 현황

「빵은 세개밖에 없는데 먹여야 할 자식은 넷이다.」

부모는 큰 아이 둘에게 한 개씩을 주고 작은 아이 둘에게 반개씩 나눠주고 싶은데 아이들은 부모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더구나 둘째는 아예 혼자서 두개를 먹겠다고 난리다.

전화사업자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무선가입자망(WLL) 주파수 확보전에는 이처럼 양보라는 게 없다. 주파수만큼 「선점」이 중요한 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유선전화의 가입자망(전화국에서 가입자까지의 선로)을 무선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해 주는 WLL은 망 구축 및 유지보수비용이 절감된다는 장점 때문에 유선전화사업자들에는 꼭 필요한 기술이다.

총 30㎒가 할당돼 있는 WLL주파수를 네개 사업자에게 공정하게 배분하는 방법은 없을까.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는 「산수문제」같지만 사업자들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쉽게 해법이 발견되지 않는 「고차원 방정식」이다.

해법을 찾기 위한 전제조건을 보자. 우선 주파수를 더 늘릴 수는 없다. 국내 WLL주파수는 2.3㎓대역에 총 30㎒폭이 할당돼 있으며 그 앞뒤로는 다른 용도의 주파수가 사용되고 있다.

또 WLL주파수 할당은 5㎒폭을 기본 단위로 하도록 국내 표준이 정해져 있으며 국내에서 개발된 WLL칩은 10㎒짜리 뿐이다. 지금까지 WLL시스템을 개발해온 한국통신과 데이콤도 10㎒를 기준으로 부품 및 장비를 개발해 왔으며 연말을 전후로 완성품이 나올 예정이다.

WLL주파수를 원하는 유선전화 4사의 사업범위도 서로 다르다. 한국통신은 시내, 시외, 국제 등을 포함하는 종합통신사업자이며 하나로통신은 시내전화, 데이콤은 시외, 국제, 데이터, 온세통신은 시외, 국제 전화사업자다.

따라서 30㎒를 4분의 1씩 나누는 단순계산법은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파수 허가권자인 정통부는 지난 4월 WLL주파수 대역을 확정하면서 시내전화사업자에는 10㎒를, 시외전화사업자에는 5㎒를 각각 할당한다는 원칙을 수립했었다. 이 원칙에 따라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에 10㎒, 데이콤과 온세통신에 5㎒를 각각 할당하면 정확하게 30㎒가 채워진다.

그러나 하나로통신이 20㎒ 할당을 요구하고 나선 데다 데이콤도 10㎒를 기본단위로 사용하도록 통일해야 주파수 효율이나 단말기 사업자간 이동성(단말기를 바꾸지 않고 가입회사를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장된다며 10㎒ 할당을 주장하고 나서 문제가 복잡하게 꼬이고 있는 것이다.

하나로통신은 20㎒ 할당을 요구하는 이유로 『한국통신과 달리 처음부터 가입자망을 새로 깔아야 하는 사정』을 내세우고 있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한국통신은 섬이나 산간 벽지의 유선망 대체용으로 WLL을 활용할 계획이지만 우리는 WLL이 신규 가입자선로의 중심축이기 때문에 주파수가 아무리 많아도 모자라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하나로통신은 더 나아가 『시외전화사업자에게는 WLL주파수가 필요 없다』고 주장해 데이콤과 온세통신 등 시외전화사업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나로통신은 『데이콤이 WLL주파수를 할당받을 당시에는 시내전화사업자와의 상호 접속회선 부족으로 고통받던 시절』이라며 『회선부족 현상이 해소되고 시외전화 사전선택제가 시행된 지금에 와서는 가입자회선용 주파수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5㎒를 할당받은 데이콤도 다시 『WLL주파수는 10㎒ 단위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데이콤 관계자는 『모든 시스템이 10㎒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데이콤은 대신 『주파수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여러 사업자들이 주파수를 공유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자사의 대주주인 데이콤의 이같은 주장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가장 입장이 난감한 곳은 정통부다. 정통부는 하나로통신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하나로통신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시외전화사업자들의 반발을 무마해야 할 뿐 아니라 스스로 정한 원칙을 파기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고 못하고 있다. 어떤 해법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상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