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가 지난 10월 마이크로소프트(MS)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한 사건에 대해 연방법원이 최근 예비 명령을 내림에 따라 그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방법원의 토머스 잭슨 판사가 11일 내린 예비 명령의 요지는 MS가 PC 제조업체들에 윈도 운용체계(OS)를 라이선스 하면서 자사 인터넷 브라우저까지 설치할 것을 강요하지 말라는 것.
말하자면 윈도의 강력한 영향력을 내세워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끼워파는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이것만 놓고 보면 연방법원이 법무부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연방법원은 그러나 법무부가 95년의 반독점 협약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MS에 매일 1백만달러씩의 벌금을 부과해달라는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법무부에 「일방적 승리」를 안겨주진 않았다. 연방법원의 이번 명령은 내년에 있을 최종 판결전까지 그 효력을 갖는 것으로 돼 있다.
법무부의 조엘 클레인 반독점 분과 책임자는 법원의 이번 명령에 대해 『중요한 것은 당장 (브라우저) 선택권이 시장 기능에 맡겨지게 된 것』이라고 말해 그런대로 만족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MS의 경쟁업체인 넷스케이프도 『브라우저 시장의 장애물이 제거됐다』며 『완전히 새로운 경쟁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대단히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넷스케이프는 따라서 이번 법원의 명령이 자사의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브라우저 시장의 선두 주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들어 MS의 강력한 추격으로 시장 점유율이 크게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 조사 회사인 데이터퀘스트의 조사에 따르면 넷스케이프의 점유율은 지난해말 73%에서 지난 9월 58%로 하락한 반면 MS는 39.4%로 이 기간동안 점유율을 거의 두배로 끌어올렸다.
넷스케이프는 이 조사 자체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MS와의 점유율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추세의 주요 원인이 끼워팔기와 같은 MS의 불공정 경쟁 행위에 있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넷스케이프로선 법원의 이번 명령이 자사와 MS와의 점유율 격차를 벌릴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MS의 윈도를 탑재하더라도 이 회사의 브라우저인 IE를 강제 채용하지 않을 수 있게 된 PC 제조업체들이 IE를 대신하거나 아니면 IE와 함께라도 자사의 내비게이터를 채택한다면 상황은 급변할 것이라는 게 넷스케이프측의 판단이다.
이 회사의 짐 박스데일 최고경영자는 이에 대해 불공경 경쟁 조건하에서도 내비게이터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해왔다며 새로운 조건하에선 훨씬 좋은 성과를 올릴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반면 MS의 생각은 다르다. 이번 명령이 자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균형 있는 사전 결정」이라고 이번 명령을 평가하고 있는 MS는 연방법원이 최종 결정에서 자사의 무혐의를 밝혀주고 윈도와 IE를 통합하는 것이 소비자를 위하는 것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MS는 특히 법무부와의 95년 협약은 하나의 제품을 판매하면서 다른 제품을 끼워파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지 통합 제품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며 IE가 윈도에 통합돼 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내년에 발표될 윈도98도 IE 통합형으로 발표한다는 계획에 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한편, 이번 명령이 어떤 파장을 미칠지에 대해 분석가들의 예상도 갈리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명령으로 넷스케이프가 주요 PC 제조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이 회사가 앞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예상은 달리말해 윈도의 영향력에 편승해 브라우저 시장까지 지배하려던 MS의 시도가 좌절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반면, 이번 명령 자체로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최종 결정에서 MS가 패소하더라도 이 회사의 시장 영향력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는 분석가들도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MS가 최근 브라우저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것은 끼워팔기의 결과가 아니라 제품 자체에 대한 시장 평가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윈도에서 IE를 분리해낸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IE에 대한 선호도가 줄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명령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주요 PC업체들이 자신들의 제품에 IE를 계속 채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컴팩 컴퓨터와 IBM 등 일부 업체는 브라우저의 선택권을 소비자에 돌려주기 위해 앞으로 동일 시스템에서 IE와 내비게이터를 동시에 지원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데이터퀘스트 관계자는 이같은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따라서 이번 명령의 최대의 수혜자는 소비자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의 희망적인 주장에도 불구하고 내년 6월 발표 예정인 윈도98에 IE가 통합돼 발표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끼워팔기 금지 명령을 내린 법원이 IE를 통합한 윈도98을 하나의 제품이라고 인정할 것인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이를 별개의 제품으로 인정해 그 분리를 요구할 경우, 이미 베타 버전이 나와 있는 윈도98을 수정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윈도98의 출하시기는 연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방법원은 이번 예비 명령 이후 특별 재판부를 구성, 사실 및 법률 관계에 대한 추가 심리를 거쳐 내년 상반기중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