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06)

김창규 박사는 다시 한번 안경테를 치켜올렸다.

연계성이 있다. 칩의 제조번호가 같다는 것과 통신망에 장애를 일으킨 현장마다 독수리 칩이 꽂혀 있다는 것은 김지호 실장 말처럼 연계성이 있다. 기술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분명 어떤 연계성이 있다.

김창규 박사는 송수화기를 들고 빠르게 버튼을 눌렀다.

『통제실이오? 나는 연구소의 김창규 박사요. 김지호 실장 좀 부탁합시다.』

시간이 좀 걸렸다. 맨홀 화재현장에 나가 있는 김 실장과 긴급 무선통신으로 연결되기 때문이었다.

『여보세요? 김지호 실장입니다.』

『나요. 연구소 김 박사요.』

『아, 김 박사. 어떻게 원인이 나왔습니까?』

『아니오, 더 어려워졌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자꾸 벌어지고 있소.』

『더 어려워지다니요?』

『이제 칩의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왔소. 게임 프로그램이 이제 나타나지 않고 있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소.』

『시험 도중에 정상상태가 되었소.』

『그럼 지금 상태로는 고장이 아니라는 말이오?』

『그렇소. 정상이오. 완벽하게 정상 동작하고 있소.』

가장 어려운 고장이 시험도중에 자연회복되는 일이다.

자연 회복된다는 것은 언젠가 그러한 고장이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을 그대로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회복이 된다고 해도 늘 걱정스러운 것이다.

김창규 박사는 그동안의 시험과정을 김지호 실장에게 설명했다. 프로그램 분석과정과 갑자기 자연회복된 사항을 그대로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도 김창규 박사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심각한 장애라도 시간이 문제일 뿐, 해결하지 못한 고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김 박사, 그 칩을 한번 뜯어보시오. 설명을 들으니 내부에 문제가 있는 것 같소.』

한참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지호 실장이 강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내부를 뜯어요?』

『그렇소. 내부를 뜯어보시오. 정상적인 칩도 함께 뜯어 비교해 보시오.』

『김 박사, 상식적이지 않은 방법이오.』

『어제 나한테 이야기하지 않았소. 트로이 목마요. 안에 무언가 감춰져 있는 것 같소. 어려운 고장일수록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