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기업의 학습조직화

최근 미국의 한 컨설팅회사는 「한국과 기업전략 진단」이란 한 보고서에서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고 밝히고 있다. 하나는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분석과 처방에 대해 대단히 많은 연구가 이미 돼 있다는 사실이며, 다른 하나는 그 중 실천에 옮긴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문제를 알면서도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고 실기하는 동안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까지 받게 됐다. 우리 경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는 기업의 기술력과 경영력 부족으로 인한 국제경쟁력 상실과 방만한 재무관리를 들 수 있다.

우리 기업이 3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선진국의 문턱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 전체의 교육수준이 다른 개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것과 그 교육수준을 바탕으로 외국의 기존기술을 단시일 내에 모방하고 소화하는 학습을 비교적 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습이란 기존지식을 소화하고 모방하는 것뿐 아니라 획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날로 변하는 지식을 효과적으로 획득할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혁신능력을 배양해야만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과거의 조직은 직무를 관리하고, 직무와 직무 간의 관계를 관리하며, 하부조직의 목표를 관리하고, 더 나아가서는 전체조직의 목표를 관리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종적 기구와 횡적 조정기구를 만들고 목표관리나 방침관리와 같은 관리기법을 도입했다. 이러한 접근은 조직이 가진 기존 능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조직의 능력을 제고하는 것은 주로 외부로부터의 기술도입이나 능력있는 인력의 영입 그리고 기업내부의 교육훈련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이와 같은 기존 능력의 효과적 관리는 앞으로의 조직관리에 있어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21세기의 변화에 적절히 적응하기 위해서는 조직활동의 초점이 관리에서 학습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즉 우리 기업들도 되도록 학습조직의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이와 같이 기업이 학습조직화해야 하는 것은 기술과 시장이 급변함에 따라 정보와 지식의 획득과 그 효과적 사용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기업환경이 안정적인 경우, 기업이 가진 기술이나 능력은 오랜 기간 기업의 경쟁력을 보장해 줄 수 있다. 그러나 환경이 급변하게 되면 기업은 새로운 정보와 지식의 획득을 통해 신기술과 관리능력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요구에 적합한 제품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따라서 어제의 성공이 오늘의 성장을 보장해 주지 못하며 새로운 지식의 학습 없이 기존 능력의 효과적인 관리만으로는 성공적인 기업이 될 수 없다.

학습조직이란 끊임없이 지식을 창출, 획득, 확산하는 데 능숙한 조직, 새로운 지식과 통찰력을 통합해 행동을 수정하는 데 능숙한 조직, 잘못된 지식을 폐기해 구습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데 능숙한 조직을 말한다. 또한 학습을 효과적으로 잘하는 기업은 대개 바람직한 결과를 향해 끊임없는 실험을 격려하고, 예측보다는 순간 대응력을 더 존중하며, 과거의 행동을 방어하기보다는 새로운 행동의 고안을 격려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순응보다는 논쟁을 장려하고, 문제제기를 제거하기보다는 장려하며, 모순을 없애기보다는 권장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효과적 학습조직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조직구성원 개개인의 학습을 진작시키며, 구성원 개개인이 가진 능력을 조직내의 역동적 상호작용을 통해 조직전체의 능력으로 승화시키는 조직이다.

<金仁秀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