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보화 투자로 "IMF한파" 극복을

IMF한파가 매몰차다. 우리 경제를 옥죄는 자금난과 투자심리 경색이 그 강도를 더해 가고 있으며 저성장 기조의 IMF원칙이 강조되면서 사회 전반에 허리띠 졸라매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그간 거품 투성이의 사회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차분히 우리의 현주소를 일깨우는데 약이 된다는 점에서 너무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에 따른 우려는 투자위축이다. 그 가운데서도 IMF한파 분위기에 편승한 정보화투자 마인드의 냉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같은 정보화투자 마인드 위축은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지상명제를 추진해온 그간의 분위기를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사고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당초 정부가 세운 내년 국가 총예산은 70조원 정도이고 이 가운데 정보화 부문에 책정된 예산은 0.85%인 6천억원에도 못 미친다. 이마저도 IMF가 요구한 예산삭감 조치에 따라 총예산에서 최소한 4조원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볼 때 축소될 여지가 크다.

사정은 지방자치단체들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형 공공투자시 내무부를 통해 지원되는 교부금 규모가 축소될 것이 뻔하고 경기악화에 따른 세수부족 등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의 정보화투자는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들이 처한 환경도 정부와 비슷하다. 경기침체에 IMF의 한파로 투자비 절감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화투자에 더욱 관심을 가지기는 어렵다. 정보화 부문에 대한 투자는 배부른 시절에나 가능한 것으로 잘못 인식돼 온 점이 없지 않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어려운 시절에 정보화 투자를 감행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정보화투자는 흔히 얘기되는 「불요불급」의 성격으로 치부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는 정보화투자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실제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시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정보산업의 불황기였던 지난 89∼91년 사이에도 정보화부문에 대한 투자를 오히려 연평균 4.6% 증가시켰고 경기의 최저점인 91년에도 이 분야의 투자를 3.4%나 늘렸다. 반면 일본은 경기사이클에 맞게 불황기에 정보화부문에 대한 투자를 감소시켰고 경기 최저점인 92년에는 전년보다 무려 4.5%나 줄였다. 정보산업분야의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90년대 들어 미, 일의 국가경쟁력이 역전된 주요 원인이 됐다고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는데 우리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미국은 불황기나 경기퇴조 국면에서도 정보화 투자규모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해 정보화를 구조조정 및 혁신의 전략적 도구로 활용함으로써 불황기의 생산성 향상과 경기회복시 경쟁력 우위 확보의 주요수단으로 활용했고 그 결과 재도약이라는 현재의 결과를 낳았다.

바로 이런 점에서 민, 관 협력 하에 강도높게 추진되는 「초고속 정보통신 구축사업」 등의 정보인프라 구축사업이 투자위축 분위기에 편승해 차질을 빚는다면 국가 전체의 경쟁력 뿐만 아니라 21세기 국가경쟁력에서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 일의 사례는 구조조정이나 불황기에 미래지향적인 정보화투자를 삭감할 경우 경제 및 기업구조의 취약성을 확대 재생산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교훈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보화투자를 통한 체질개선은 경기가 좋고 여유자금이 있을 때 비로서 가능하다는 인식은 매우 위험하다. 정보화는 경쟁력 확보의 열쇠이기 때문에 경기가 어렵다고 정보화를 늦출 수는 없다. IMF 지원체제 하에서 정보화투자를 삭감하거나 지연하는 것은 강도높은 다이어트를 하면서 기본적인 영양공급마저 중단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어려울 때 투자하라는 격언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