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몇년 전 비디오CD(VCD)에 뛰어들어 지금은 이분야 대국(大國)으로 발돋움했다.
이미 시장규모에서는 VCD 세계 최대 국가다. 생산규모에서도 지난해 4백만대에서 올해 그 두배인 8백만대로 확대돼 최대 국가로 올라설 전망이다. 8백만대는 전세계 생산 예측량 1천2백만대의 3분의 2에 상당하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중국이 불과 몇년 전에 MPEG 코드해독 기준을 가전제품용으로 개량해 첫 VCD를 개발, 출시한 점을 감안하면 극히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비약적인 성장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중국을 VCD 강국(强國)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우선 생산규모를 보면 중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생산대수가 4백만대에 달해 대수면에서는 분명히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금액으로 따지면 미미하다. 세계 디지털영상기기 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따지면 2%에 불과하고, 자국내 가전제품에서도 그 비중은 매우 적다.
기술면에서는 거의 초보단계다. VCD 제품은 코드해독기술, 중간층의 코드해독판 및 소프트웨어 설계기술, 조립 등 크게 3단계를 거쳐 만들어지는데 현재 중국 대다수 업체의 기술은 완제품 조립 수준에 머물러 있다.
코드해독판과 소프트웨어 설계기술을 갖추고 있는 기업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카드해독 IC의 설계능력을 갖춘 업체는 전무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완제품 조립기술에서도 외관과 구조설계 등 핵심기술은 세계 선진 업체들에 크게 떨어진다.
또한 외국 경쟁업체들의 재력이나 기술과 대비할 경우 중국의 VCD 토대는 아주 빈약한 게 사실이다.
간단히 말해 중국은 VCD의 세계 생산대국이기는 하지만 실상은 기술토대가 빈약한 가공조립형 국가로 강국은 아닌 셈이다.
이 같은 현실은 중국이 VCD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즉, 중국이 단순한 생산대국에서 진정한 의미의 세계 강국으로 위상을 높이려면 기술면에서 자립 토대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선 앞서 업체난립, 제품가격 하락 등 시장환경이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VCD시장에서 업체의 과다한 생산과 그에 따른 저가경쟁으로 이익조차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각 업체들에게 기술개발까지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이미 전체 생산계획을 조정하는 동시에 설비투자도 제한하는 등 업체들의 정리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VCD가 여러 가지 문제를 갖고 있음에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성장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그 품목 자체가 중국 가전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에서의 VCD는 색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선 제품 초기단계부터 이미 생산면에서는 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발전상을 보여왔는데 이는 중국 산업화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또 중국은 소프트웨어 쪽으로 많은 인재를 확보하고 있어 이 분야에서 발전 가능성은 매우 높다.
게다가 중국은 세계에서 제일 큰 VCD 시장이므로 이 분야에서만큼 세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중국이 VCD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본토대만큼은 갖추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이처럼 VCD에서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VCD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목적은 VCD 발전 자체에도 있지만 좀더 궁극적으로는 이를 토대로 뒤처져 있는 디지털 영상기기 분야를 부흥시키는 데 있다.
<베이징=고희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