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09)

창연 오피스텔.

1820호실에서 또 다른 현장검증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여인. 평온한 자세로 혜경이 그렇게 누워 있었다.

벽면으로 고통과 환희를 동시에 느끼는 듯한 표정의 프로메테우스와,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후비는 커다란 독수리가 그려진 그림이 걸려 있었다. 실내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다투거나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형사반장이라는 조 반장과 몇 명의 형사, 그리고 경찰관 몇이 그 현장을 검증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혜경의 육체를 보면서 현미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확인하고 너무 다급한 마음으로 그의 몸도 제대로 가려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여자인데. 어쨌든 여자인데.

하지만 그러한 생각을 하는 순간에도 현미는 혜경의 몸으로 자꾸 시선이 갔다. 몇 차례인가 함께 출장을 비롯한 여행 중에 속옷을 걸친 그의 몸은 보았지만 이처럼 아무것도 입지 않은 모습은 처음이었다. 숨이 끊긴 시체였지만, 혜경의 육체는 여자인 현미의 시선을 끌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다른 형사들이 주변 정황을 살피는 동안 조 반장이 현미에게 물었다.

『신고하신 분이지요?』

『네.』

『강현미 씨라고 했죠?』

『네. 그렇습니다.』

『어떻게 이곳으로 와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까?』

『같은 은행에 근무하는데, 아무 연락도 없이 출근을 하지 않아 기다리다 궁금해서 오피스텔로 찾아왔습니다.』

『어제는 어떻게 헤어졌지요?』

『퇴근하면서 헤어졌습니다.』

『함께 퇴근했다고요?』

『네, 어제 맨홀 화재 때문에 온라인이 끊겨 늦게 퇴근했는데, 바로 헤어졌습니다.』

『시간이 몇 시쯤이었습니까?』

『아홉 시가 넘어서였을 것입니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습니까?』

『네 없었습니다. 누군가와 퇴근 후에 만날 약속을 한 것 같았는데, 전화가 불통이 되어 만나지 못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남자친구였습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남자친구인 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