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일은 창의적인 정보화 인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키워 내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기에 많은 학교에서 낡은 교실을 고치고 체격에 맞지 않는 책, 걸상을 교체하는 일보다 학교 정보화에 더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정보화 선진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실제 학습현장에서 정보화 교육을 담당할 교사의 정보화 수준은 한마디로 회의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교사가 정보화기기 이용방법을 제대로 숙지하기도 전에 학생들에게 그 방법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래가지고 학교의 정보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교사 개개인의 게으름이나 자질부족 또는 정보화에 대한 관심부족 등 여러가지 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교원 후보생을 배출하는 사범대학 또는 교육대학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첨단 정보기기가 잇따라 설치되고 있는 이공계대학에 비해 정보화 인력의 저변확대, 나아가 21세기 정보시대의 주역을 가르칠 사범대학 또는 교육대학의 정보화에 대한 투자와 시간적 배려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은 큰 문제다.
최근 한국전산원이 조사한 국내 교육대와 사범대 등 교원양성기관의 정보화 현황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이 잘 나타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내 교원양성기관의 정보화 커리큘럼은 대부분 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정보소양에 대한 고려없이 일반 단과대학과 같은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것도 불과 1~2개에 국한해 운영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마디로 학생들의 정보화 교육에 필요한 내용보다는 단순히 모양 갖추기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조사보고서는 또 사범대학의 경우 대개 1~2개의 실습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나마도 사용중인 PC가 멀티미디어나 인터넷 활용이 어려운 486이하의 저급 PC이며 인터넷ID가 학생 개인별로 부여되지 않고 있는 곳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실제 모 사범대학은 2개의 실습실에 40대의 펜티엄PC를 확보, 이를 통해 정보화교육을 실시하고 있었으나 PC 1대당 학생수가 74명에 달해 효율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보다 교육시설이 잘 갖춰진 것으로 알려진 모 교대의 경우도 486과 펜티엄을 각각 40대씩 80대의 PC를 갖춰놓고 있지만 PC 1대당 학생수가 31.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교원 후보생의 정보화 수준을 가늠하게 해주고 있다.
교원 후보생의 정보화 교과과정에도 문제가 있다. 교원양성기관에서 양성학생에게 정보화를 제대로 일깨워 주려면 정보기술의 이론과 실제, 활용과 실기 등을 통합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교과과정이 있어야 하는데도 제대로 된 정보화 커리큘럼이 없으며 이에 걸맞은 시설도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사범대학의 정보화 교육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
반면 선진국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미국의 경우 교사교육인정위(NCATE)가 제시한 소양기준에 맞게 교과과정이 편성, 운영되고 있다. 교원의 컴퓨터 운영 능력은 물론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 정보통신 윤리 및 법적, 인간적 지식까지 세부적인 커리큘럼이 구성되어 있고 인터넷 활용과 정보기술을 이용한 교육방법도 이미 교과과정에 포함돼 있다.
이러한 교원교육의 중요성은 다른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네트워크장비 업체인 시스코사는 학교 정보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는데 우리처럼 하드웨어 설치와 같은 1차원적인 지원에 머물지 않는다. 그들은 학생들의 컴퓨터 마인드 제고를 위해서는 교원의 자질향상이 우선이라는 인식하에 교사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교사들의 재교육을 실시하며, 이러한 교육을 받은 교사가 배정돼 있는 학교에 대해서만 정보화 자원을 지원해 주고 있다. 따라서 교사들은 정보통신기기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지원을 받기 때문에 학교에 지원된 장비들을 즉각 교육에 투입할 수 있다. 텍사스 주의 경우에도 정보화 지원 예산의 70% 이상을 교사 교육과 관련된 활동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육은 백년대계다. 우수한 교원의 양성을 통해 학생들이 일찍부터 정보화에 눈을 뜨고 이를 제대로 활용해 나간다면 미래 우리나라의 정보산업은 외국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고 이는 바로 정보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제 정보화 교육도 먼 훗날을 내다보는 지혜가 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