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강혜련통신원> 러시아 중앙은행이 우주에 자신의 인공위성을 직접 쏘아 올렸다. 이는 중앙은행이 우주의 새로운 정복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소비하는 은행 결제, 결산과정의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러시아 은행체계는 초보적 수준을 면치 못했다. 금융시장 자체가 불안정하다는 근본적인 원인 이외에도 첨단 전자기술을 활용할 만한 기반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데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실제 러시아에서 은행의 상호 결제와 관련된 일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돈이 수주일 혹은 수개월간 떠돌아다녔던 기억을 갖고 있다. 외국에서 러시아, 러시아에서 외국으로 송금하는 문제만이 아니라 러시아 국내에서도 각 도시 및 지방들 사이의 이체, 그리고 은행들 사이의 상호 결제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뒤떨어진 은행 시스템을 21세기에 맞는 속도로 바꾸려는 야심찬 계획을 우주에 자신의 「사자」를 보내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에 쏘아 올린 위성 「꾸폰」은 중앙은행이 설치하고자 하는 「반키르」시스템에 속한 세 개의 위성 가운데 첫 번째가 된다. 「꾸폰」이 포괄하는 영토적 범위는 러시아의 유럽지역 전체와 우랄지방, 그리고 치띤스까야 오블라스찌까지의 시베리야 전역이다. 20세기 말까지 쏘아올릴 예정인 다른 두 개의 위성은 러시아의 나머지 전 지역과 독립국가연합 및 다른 나라들을 포괄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부행장인 따찌야나 아르쩨모바는 위성 자원들 덕분에 중앙은행은 고객들, 즉 기업경영진들, 상업은행들 그리고 미래에는 연방정부의 출납고까지 포함하는 고객들과의 상호작용에 첨단의 전자기술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키르」시스템은 93년부터 건설되기 시작했다. 핵심개발조직은 라보치긴연구소로, 군수산업의 전면적 전환 프로그램의 틀에서 다른 군수산업복합체들과 협력해 이 시스템을 개발했다. 「반키르」는 20년간 이용될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 모든 프로그램은 중앙은행이 전적으로 재정 지원하지만 은행관계자들은 이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정확한 비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반키르」시스템이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는 적지 않다. 위성시스템을 이용해 러시아 전역에서 현실적인 시간안에 실질적인 결산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전파를 이용해 문서를 보내는 것은 단 몇초도 안 걸리기 때문이다. 은행의 결산, 결제가 하루만에 가능해지리라는 것이 이 시스템이 가져올 최대의 효과이다. 일부의 평가에 따르면 은행시스템에서 결제, 결산이 만 하루만에 이루어지도록 빨라진다면 이는 연간 러시아 국민 총생산 1%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갖는다고 한다.
위성이 우주에서 안정된 궤도에 들어서는 동안 중앙은행은 지구에서 은행의 전자시스템을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이 이루어지면 1천3백개의 중앙은행 창구들, 또한 기존 상당수에 달했던 「야전부대」식 지점들은 위성을 통해 상호 결속될 것이다. 이 시스템이 설치가 쉽고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다른 대형조직, 기업들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다른 수단에 의해 교신하기 어려운 경제 주요지역에 장거리 전화통신망을 위성을 통해 건설하는 사업 등은 이미 일정에 올라있다. 중앙은행의 경영진들은 「반키르」시스템이 대중적 소비의 측면에서 우주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