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13)

『그렇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통신사고 현장 곳곳에서 인위적인 면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김지호 실장은 예정되지 않은 수사관과의 만남에서 그동안 느꼈던 생각들을 이야기했다.

『우연이라고 말하기에는 곤란한 일들이 현장마다 벌어졌습니다. 좀더 파악해보고 있는데, 결과가 나오면 더 자세히 설명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정보통신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어떤 면에서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되셨지요?』

『네, 사고 현장마다 동일한 형태의 부품이 나왔습니다. 독수리 모양의 칩이었습니다. 맨홀 화재현장에도 있었고, 회선을 절체하는 시스템 고장원인도 그 독수리 칩 때문이었습니다.』

『독수리요?』

『그렇습니다.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독수리 모양의 칩이었습니다.』

『그래요? 방금 전에 현장검증을 끝낸 오피스텔에도 독수리 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아주 커다란 독수리 그림이었습니다.』

『오늘 죽었다는 이 은행 직원의 방에서 말인가요?』

가까이에서 김지호 실장과 조 반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현미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형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파먹는 독수리 있잖아요, 그 그림이었어요.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죄로 고통을 받는 프로메테우스의 간이 자라기를 기다리는 독수리 그림이었어요.』

『그래? 프로메테우스의 독수리야?』

『네, 그 독수리 그림이었어요. 죽은 그 친구 평상시에도 불을 매우 좋아했어요. 촛불도 좋아했고요.』

『그래?』

김지호 실장은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조 반장님, 그곳에 한번 가볼 수 있을까요? 그 현장을 한번 보고 싶은데.』

『가능합니다. 저는 이 은행에서 알아볼 것이 있습니다. 현장에 우리 팀이 있으니까, 올라가 보시지요. 연락해 놓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올라갔다 와서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

김지호 실장은 잠깐 시간이 비어 있었다. 전용회선의 접속이 끝났고, 이제 직원들이 회선을 사용하고 있는 곳을 일일이 방문하여 시험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처제, 이제 전산망은 회복되었지?』

『온라인 회선 말인가요? 잠깐만요.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