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보급확산과 컴퓨터간의 네트워킹화로 등장한 전자상거래(EC)가 언제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 실생활에 다가올 것인가. 이제 21세기 정보시대를 여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화두다.
EC는 특히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제안한 21세기 세계 경제질서인 「인터넷라운드」로 그 실체가 보다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EC는 앞으로 컴퓨터 네트워킹이 빚어낸 제3의 공간 내지는 제4, 5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비즈니스 형태로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인터넷 EC는 또하나의 거래수단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장으로 역할을 하게 되며 기존 산업구조를 혁명적 패러다임으로 변화시켜나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개방된 네트워크인 인터넷을 통한 EC의 가능성은 보안문제와 같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지만 멀지않은 장래에 기업 경영형태는 물론 개인 생활에 이르기까지 일대 변혁을 가져다줄 전망이다.
이같은 EC의 개념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나온 새로운 개념이라기보다 기업간 문서교환을 위한 EDI, PC통신에서의 홈쇼핑, 홈뱅킹 또는 일반전화를 이용한 텔레마케팅, 여론조사 및 각종 예약 등 다양한 통신매체를 이용하면서 이미 초보적인 개념으로 활용돼 왔다. 다만 컴퓨터의 네트워킹화와 인터넷 활용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관심사로 부상한 것 뿐이다.
초기의 EC 형태는 기업의 문서처리를 서류방식에서 전자적 수단을 이용하면서부터 비롯됐으며, 이같은 방식은 기업내 조직과 업무관행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즉 전자적 수단이용으로 업무 효율성 증가와 비용감소 등의 파급효과를 보게 됐고 인터넷과 관련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같은 거래형태의 변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제는 인터넷을 통한 거래를 고려하지 않고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상상을 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동안 통신판매방식이나 PC통신을 이용한 물품구매는 상품메뉴 검색이 다양하지 못하고 제품품질에 대한 불신, 번거로운 지불절차 등으로 인해 한계가 있었다.
인터넷은 그러나 기존의 수단과는 달리 동영상, 3차원기법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데다 최근 들어 안전한 거래와 편리한 사용을 지원하기 위한 보안문제의 해결 및 새로운 기술을 속속 개발중이다. 또 인터넷은 이같은 기반기술을 통해 상당한 구매잠재력을 전자시장(쇼핑몰 등)으로 이끌어내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 EC는 기업활동에서도 현재 제한적인 보조수단에서 점차 역할이 확대돼 기업활동 전반의 비즈니스 수행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나아가 기업 내 리엔지니어링과 산업 전반 구조조정의 대변혁을 몰고올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EC 시장규모도 멀지않은 장래에 급격하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약 5억2천만달러를 기록했던 세계 EC 시장규모는 오는 2000년 65억8천만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내 EC 시장규모도 오는 2000년 약 6백여억원대를 형성할 전망이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 수는 지난해 70만명을 넘어섰으며 이같은 추세라면 오는 2000년에는 약 4백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ISP업체도 20개로 증가했다. 세계 인터넷 이용자는 지난해 9천만명을 넘어섰으며 오는 2000년에는 약 2억명 이상이 인터넷에서 활동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터넷 상거래에 대한 각국의 주도권 잡기 경쟁도 치열하다. EC가 가장 활성화해 있는 미국은 인터넷 상거래의 국제적 논의를 주도하기 위해 지난 7월 1일 클린턴 대통령이 인터넷 상거래 자유무역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세계 EC를 위한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이의 관철을 위해 강력히 추진하고 나섰다.
클린턴 대통령은 세계 EC를 위한 기반 구조(Framework For Global Electronic Commerce) 보고에서 인터넷 상거래는 민간 자율규제를 바탕으로 하고 정부의 부적절한 간섭은 철저히 배제한다는 내용을 들고 나오면서 인터넷에서의 자유로운 상거래에 대한 논의의 물꼬를 텄다.
또 이를 계기로 지난 7월 독일 본에서 열린 40개국 경제무역기술 장관회의에서는 EC 확대를 위한 방안이 집중 논의돼 인터넷 상거래에 대한 정부의 규제에 반대하고 인터넷 사용과 운영을 민간기업과 소비자에게 일임해야 한다는 내용의 「본선언」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본선언에서는 「국가의 경쟁력은 세계적 정보통신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판가름나게 될 것」이며 「인터넷 사용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과 같은 정부 규제는 인터넷의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인터넷 거래의 자유화를 선언했다. 또 인터넷 발전의 원동력은 민간의 투자와 업계 스스로 마련한 기준이며 정보의 암호화기술에 대한 수출규제도 완화돼야 한다는 원칙도 마련했다.
이에 앞서 일본정부는 지난 5월 경제구조의 변혁과 창조를 위한 행동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정보통신의 고도화를 지향하는 행동계획으로 EC의 추진과 관련, 2001년을 목표로 일본의 기업간 및 기업, 소비자간의 모든 분야의 거래에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수발주, 공동 설계개발 등 EC의 본격적인 보급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다.
일본의 이같은 계획은 민간 주도의 미국과는 달리 EC 도입 및 추진을 정부가 중심이 돼 전개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특히 통산성은 EC 지원을 위해 지난 96년 2월 설립된 「EC 진흥협회(ECOM)」를 통해 EC 추진기반 마련에 들어 갔고 우정성은 지난 95년 말 「사이버 비즈니스 협의회」를 설립해 이 협회 주도로 국가간 EC 대금결제 및 인증의 호환성 확보를 위한 「통합 차세대 EC환경 구축프로젝트(INGECEP)」를 추진중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8월 통상산업부에서 클린턴이 제기한 「인터넷 라운드」에 대한 종합대책을 협의하기 위해 관련부처와 민간기관 책임자가 참여하는 EC 특별 대책회의를 열고 인터넷 EC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인터넷 EC의 법적 문제와 관련해 인터넷 거래를 위한 국제적인 통일규범 마련에 적극 참여하면서 「EC 기본법」 제정에 나섰다. 정부는 이와 병행해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국제기구의 논의에 참여하고 저작권, 특허권, 데이터베이스 보호, 상표권과 인터넷의 상호 보호 등을 위한 적절하고 효과적인 법적 기본구조를 개발해 나가기로 했다. 또 국내 기업의 EC 촉진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 기술지도, 기술정보 제공 및 컨설팅 등을 수행하기 위한 EC지원센터(ECRC)를 설립해 운영키로 했다.
이에 따라 97년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생산성본부, 한국무역정보통신 등 3개 기관을 ECRC로 지정했으며 이를 연차적으로 전국지역으로 확대해 오는 2000년까지 20개로 늘려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국내 EC 수요기반 확충을 위해 정부 조달EDI를 비롯해 국방 및 건설 CALS 등 파급효과가 큰 공공부문의 시범사업을 통한 초기 수요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공공부문의 경험과 기술력을 축적하고 검증해 EC를 민간부문으로 급속히 확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인터넷 상거래는 각국의 이같은 현실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EC체계 자체가 전세계적인 규모로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데다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기술 및 제도적 난제가 많아 그렇게 쉽게 확산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가장 큰 현안은 글로벌한 인프라 구축, 거래의 안전성을 담보해내는 기술개발과 표준화 작업이다. 인터넷 EC가 안고 있는 이 두가지 현안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현단계에서 한발짝도 전진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게다가 국제간의 이해관계 조정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핀란드 투르쿠에서 가진 「범세계 EC 구현을 위한 장애물 제거」회의에서 EC 확산을 위한 10대 과제를 확정하기는 했으나 이마저도 미국 주도로 추진되고 있어 앞으로 이를 조정해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은 세계적인 조류 속에서도 각국은 인터넷 라운드가 앞으로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로 자리잡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이해조정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부터는 관련 기반기술과 표준화 작업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EC의 이같은 세계적 추세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국내 민간업계의 EC사업 추진은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국내기업들은 EC에 적극 투자해 왔으나 최근 들어 국가적인 금융위기 발생으로 IMF 구제금융을 받아들이는 상황으로 급변하면서 기업의 투자여건도 사정이 달라졌다.
다시말해 IMF 경제체제 하에서 기업들은 더이상 EC분야에 대해 투자개념으로 돈을 쏟아부을 여력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EC사업에서 당장 「돈」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밖에 없으며, 사업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대해 철저한 분석작업과 투자의 우선순위를 잡아 집중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좌충우돌식 사업추진은 IMF 구제금융 이전의 한때 잘 나가던 시절에는 가능했지만 현상황에서는 무엇보다 기업들은 투자의 우선순위를 선정해 추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IMF에 의해 구조조정도 받아야 하지만 EC체계가 강요하는 혁명적인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따라서 무인년 새해에는 우리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EC시대에 대비하는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 데 온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구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