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현장검증은 끝나 있었다.
김지호 실장은 실내로 들어서자마자 독수리 그림을 살폈다. 독수리, 자동절체시스템에 꽂혀 있던 칩에 그려진 바로 그 독수리 모양의 그림.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형상이었다.
어쩌면 이렇게도 똑같을까. 김지호 실장은 그 그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우연인가.
지금까지 발생한 통신사고의 현장에서 인지된 독수리 형상과는 별개로 우연히 걸려 있는 그림인가. 하지만 김지호 실장은 강한 연계를 느낄 수 있었다. 느낌이었다.
같이 근무하고 있었다는 처제 현미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좀더 구체적인 감을 잡을 수 있겠지만 그 그림을 보는 순간 어떤 연계의 느낌을 감지할 수가 있었다.
『어떻게 죽었습니까? 자살입니까?』
조 반장 이야기를 한 후,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경찰관에게 말을 걸었다.
『자살의 흔적은 없습니다. 유서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럼 누군가에 의해서 살해당한 것인가요?』
『살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흔적도 없습니다.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채로 죽어 있었지만 추행의 흔적은 없습니다. 옷을 벗은 것이지 벗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깨끗하게 죽어 있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심장마비 등으로 급작스럽게 죽었을 수도 있겠는데요.』
『자세한 것은 부검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특이한 것은 죽은 여인이 어젯밤 촛불을 켜놓고 잤다는 것입니다. 저 그림 밑에 다 탄 촛불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왜 전등을 밝히지 않고 촛불을 밝혔는지가 의문일 뿐, 전혀 다른 흔적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죽은 시각은 언제쯤인가요?』
『그것도 부검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사망한 시각을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김지호 실장은 다시 한번 프로메테우스의 간이 자라기를 기다리고 있는 독수리의 그림을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형상의 독수리,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테라코타. 그림 아래 창 쪽 한옆으로 놓여져 있는 테라코타가 시야로 들어온다. 유난히 유방과 둔부가 크고, 거기에 때가 타 반질반질 윤이 나는 테라코타.
그 옆으로 일반 컴퓨터와는 조금 다른 형태의 컴퓨터가 놓여져 있었다.
『이 컴퓨터 켜봐도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