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S단말기업체, 공급가 낮추기 고심 거듭

원화절하로 수입장비의 공급가 인상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현대전자, 세원텔레콤 등 디지털 주파수공용통신(TRS) 단말기 공급사들이 단말기의 공급가를 낮추기 위한 묘수찾기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TRS단말기의 가격안정이 가입자 확보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단말기 공급사와 사업자 모두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미 디지털 TRS 상용서비스가 개시된 시점이어서 무선데이터통신 등 다른 사업자들이 논의하고 있는 사업포기는 생각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데다 다른 이동통신사업자들과의 경쟁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단말기 가격안정에 더더욱 골몰하고 있다.

현재 국내 디지털 TRS단말기 소비자가는 대략 70만원 선에서 75만원 선으로 지난해 1달러당 9백원 정도인 시점에서 총 3천대 가량이 수입됐었다.

하지만 최근 널뛰는 환율로 종전대로 단말기를 수입할 경우 환차손이 엄청나 차라리 당분간 사업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게 이들 단말기 공급사의 고민이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는 기존 결제방식을 「달러」에서 「원화」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당초 예정한 국산화 일정을 대폭 앞당기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우선 모토롤러의 디지털 TRS단말기를 공급하고 있는 세원텔레콤은 지난해 대당 4백15달러(FOB가격)로 1천1백대를 공급했으나 최근 환율인상으로 단말기가격이 인상돼 수입가를 낮추기 위해 모토롤러와 협의에 나섰다.

세원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단말기가격의 안정없이는 가입자 확보도 「공염불」이라는데 양측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며 『따라서 현재 소비자가 70만원 선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달러시세와 관계없이 1달러당 1천2백원이나 1천3백원 선을 기준으로 가격을 재조정해 대당 3백달러 선에서 수입하는 방향으로 중지를 모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추가물량 공급 뒤에도 달러강세가 지속되면 당초 모토롤러측과 약속한 반제품조립생산(SKD) 등의 단계를 뛰어넘어 「보드레벨(Board Level)」 수준으로 기술제휴를 관계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지오텍사의 단말기를 수입 공급하고 있는 현대전자 역시 고민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당 9백달러에 수입 공급했던 현대전자는 현재의 환율과 제반비용을 감안할 경우 원가가 2백만원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는 75만원에 공급하고 있다.

현대전자의 한 관계자는 『시스템을 공급한 원죄(?)로 일부 손실은 예상했으나 이처럼 막대할 줄은 몰랐다』며 『현재의 달러강세가 지속되면 추가공급물량분에 대한 손실은 종전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현대전자는 당초 오는 5월께 공급키로 했던 국산 단말기의 공급시기를 대폭 앞당겨 다음달까지만 지오텍사의 수입단말기를 사용하고 3월부터 국산제품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하지만 단말기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CPU) 등 수입부품가를 감안할 경우 단말기 원가가 여전히 1백만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 조만간 사업자들에게 공급가를 올릴 것을 통보할 방침으로 있다.

국산장비가 없는 TRS업계에 불어닥치고 있는 달러강세는 제조사나 사업자 모두에게 생존전략을 모색케 하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위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