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업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성채권(못받는 통신요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용요금을 수개월씩 연체, 불량고객으로 분류하고 업체들이 직권해지를 단행한 이후에도 받아내지 못하는 악성 미수금의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 경영수익 악화의 주범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서비스업체들은 신용평가기관에 불량고객 명단을 통보하거나 채권추심전문회사에 의뢰, 회수작업에 나서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F)체제를 맞아 이마저도 전망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통신, 데이콤, SK텔레콤, 나래이동통신 등 각 분야 대표적 통신서비스업체들의 지난해 악성 채권은 전년대비 20∼30%씩 증가, 가뜩이나 악화된 수익구조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대비 요금징수율이 98% 수준으로 가장 높은 한국통신의 경우 지난 96년 2백90억원이던 악성채권이 지난해말에는 3백20억원으로 불어났다. 특히 한국통신의 악성 채권은 전화가입 해지후 설비비로도 연체된 요금을 충당하지 못한 부분만을 집계한 것이어서 수익성 악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6일부터 한국신용평가 및 한국신용정보 등 채권추심 전문기관에 회수를 의뢰했는데 약 40% 정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데이콤은 지난 96년 약 3백30억원이었던 악성채권이 지난해 9월말 현재 벌써 4백억원을 넘어섰다. 최대 PC통신망인 천리안의 경우 96년 87억원에서 지난해 11월말 기준 1백10억원까지 늘어났다.
데이콤은 별도의 요금고지서 발부에 따른 징수율 저하와 전화가입 해지 등의 대응방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 예상외의 규모를 나타냈다고 설명하고 지난해 12월27일부터 불량고객 명단을 신용불량거래자로 등록, 금융거래 등 신용거래 활동시 불이익을 받게 하고 추심전문기관에 회수를 의뢰했다.
이동전화사업자인 SK텔레콤 역시 지난해 악성채권 규모가 2백50억원으로 2백원 수준이던 전년보다 25% 증가했다. SK텔레콤은 이를 회수하기 위해 통장을 이용한 자동이체비율을 끌어올리고 신용정보회사에 불량고객 명단을 통보하기로 했다.
삐삐사업자인 나래이동통신도 지난 96년 32억3천만원이던 악성채권이 지난해에는 43억원으로 확대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차 요금 징수율이 79%였으나 경기악화가 본격화된 최근에는 76%까지 떨어졌다고 밝히고 신용정보회사에 불량고객 명단을 통보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경영악화 요인이 되고 있는 악성채권을 전량 회수할 만한 뚜렷한 현실적 대안은 없다』며 『IMF체제에 따라 그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불량 고객들이 자신의 신용평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 자발적으로 요금징수에 협조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