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새정치국민회의 정보통신특별위원회 주최로 IMF체제 극복을 위한 과학기술, 정보통신정책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21세기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 선진국 건설을 위한 토론의 장으로 마련된 이번 세미나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제시한 공약을 바탕으로 산, 학, 연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열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각계 전문가 3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는 「과학기술 대국과 정보주도국가 구현」을 비롯, IMF체제에서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 부처의 조직개편, 과학기술, 공학기술 및 정보통신 정책 등 6편의 논문이 발표됐고 이어 10여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그에 따른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21세기에 대비하고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산업 발전을 기조로 하는 선진화를 위한 여러 가지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어 관심을 모았다.
여기서 이번 세미나의 바탕이 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관련 대선공약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음 10가지로 요약되는 공약은 새 정부의 이 분야에 대한 의지와 정책방향의 골간을 이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첫째는 과학기술 관련부처를 통합해 과학기술처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격상하고 대통령 직속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하여 과학기술을 진흥하고, 둘째는 과학기술 연구개발투자를 GNP 대비 5%로 확대해 경제부국의 기반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21세기에 대비하여 첨단두뇌 인력양성, 기초과학진흥, 과학기술자 우대정책을 추진하고 국민의 과학마인드를 제고한다는 것이고 넷째는 한국형 신기술개발로 기술경쟁력을 향상하고 상설 국제기술시장을 설치해 첨단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다섯번째는 정부출연 연구소와 과학기술 교육기관의 연구 능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들 기관의 자율성을 확대하며 여섯번째는 지역특성에 맞는 신과학단지 및 정보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또 일곱번째는 전자정부를 실현하고 정부 부처에 정보통신책임관(CIO)제를 도입, 정보대국의 기반을 조성하고, 여덟번째는 초고속정보통신망의 구축을 앞당겨 21세기 정보화사회의 기반을 마련하고 아홉번째는 소프트웨어산업과 정보통신 벤처기업 1만개를 육성하고 정보통신분야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며 끝으로 전자상거래를 도입하여 인터넷 라운드에 대비하고 사이버대학을 설립한다는 것 등이다.
위에서 대선공약을 통해 살펴본대로 새 정부의 첨단과학기술 및 정보통신산업을 기조로 하는 선진화에 대한 의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세미나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중요한 것은 이같은 공약을 구체화해서 정책에 반영하고 그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IMF체제 아래에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실업문제를 해결하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즉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데 최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 앨 고어 부통령이 90년대 초 선거유세 당시부터 주창해 추진한 초고속 정보고속도로 구축계획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당시 미국은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로 시달렸다. 그같은 상황에서 그의 비전과 주창은 미국민에게 희망을 주어 호응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그의 계획은 단순한 정보통신 인프라의 고속화나 정보공유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국가 산업전반을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오늘날 미국 정보산업의 전체산업 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47%에 달할 뿐 아니라 정보통신산업이 다른 산업과의 보완관계를 통하여 전체적인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고용창출에 있어서는 신규 고용 전체의 20%를 점유하고 있다. 이같은 비전을 구체화하고 실현하기 위해 미국 클린턴 정부는 관련 산업계를 포함한 각계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고 의견을 교환해 국민적 합의를 이뤄냈다. 오늘날 미국이 국가 경쟁력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원인도 역시 미국 현 정부의 그같은 정책의 추진과 산업계 및 국민의 호응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국회에서 열린 정책 세미나는 의미가 매우 크며 여기에서 제시된 방안 및 의견들이 새 정부 정책수립에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이와 같은 정부와 산업계 간의 토론의 장이 자주 마련되어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IMF체제를 조속히 극복하고 선진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