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중국 전자산업 표준화 「비틀 걸음」

중국 전자산업의 표준화 사업은 7, 8차 5개년 개발계획 기간의 꾸준한 노력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전자산업의 표준화 실시방법도 마련했고 각 분야별로도 표준화 작업을 활발히 진행한 결과 그동안 제정한 국가표준과 분야별 표준만도 7천5백개가 넘어 90% 이상의 표준제정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학연구나 생산, 관리분야 등에서는 표준요건을 거의 충족시키고 있으며 기본적인 전자제품과 최신기술분야에서는 외국의 선진화된 표준 채용이 80%에 이른다.

또 수준 높은 전자산업 표준화 기술위원회나 분야별 조직을 구성해 관련 기술인력도 적극 양성하고 있다.

이 같은 표준화 노력은 전자산업 기술발전을 촉진시켰고 제품이 수출능력을 증강시킨 한편 품질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표준화사업 실시로 분야마다 국민들의 표준화 의식을 높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산업의 표준화사업은 아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번째는 중국의 계획경제 체질에 따른 어려움이다. 표준화는 오랫동안 국가 계획범주에 속했었고 또 이에 속한 기술법규로 공인받아 왔다. 따라서 표준화와 관련된 비용도 주로 국가가 부담해 왔다. 즉 각종 표준제정은 처음 프로젝트 선정에서부터 완성될 때까지 모두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계획경제 모델에서 시장경제로 체제가 급속히 전환됨에 따라 시장 수요도 동적으로 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의 채용방법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이 결과 그동안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맡았던 표준화사업은 시장 수요 변화와 최신기술에 관한 수요를 만족시켜 줄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정부의 표준화에 대한 지원도 대폭 삭감됐기 때문에 국가의 지원만 기다린다면 표준화사업은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인력부족 문제다. 현재 중국에서 표준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술인력은 대부분이 중·노년층이어서 그들이 정년퇴직할 경우 인력이 크게 부족하게 된다.

표준화사업은 지속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실제경험이 있는 인재들 확보가 필요하다.

그런데 경험 없는 젊은 인재들이 이 사업을 맡게 되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시장경제의 영향으로 일부 우수한 젊은 기술인력들은 외국으로 유학가거나 아예 독자적으로 기업을 설립하는 경우가 많아 우수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

또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중·대형 업체들은 다른 업체와의 합병과정에서 표준화기구를 철폐하거나 심지어 표준화 전문직마저 없애 버리는 경우가 있어 표준화사업이 유명무실하게 돼 가는 실정이다.

세번째는 표준화 경비의 문제점이다. 이전에는 국가가 표준화 관련 비용의 재원을 제공했는데 9차 5개년 개발계획부터는 국가지원이 3분의 2나 줄어듦에 따라 경비부족으로 표준화사업이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네번째는 시장경제에서 표준의 기능에 대한 우려다.

시장경제 도입으로 중국에서는 현재 표준의 의미나 기능까지 의심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역사적으로 전자산업의 표준화는 러시아체제의 영향이 아주 강하다. 80년대 초까지는 「기준위반시 법적처벌」이라는 인식이 깊이 배여 있어 이러한 표준을 법으로 잘 지켜 왔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부터는 미국식 표준(MIL)을 도입해 군사용 표준도 중시되었다.

시장경제의 충격으로 개인 기업체나 그 지방의 향토기업들이 하나씩 쓰러지면서 표준화의 지위가 흔들리고 제품가격이 경쟁의 제1요건으로 인식되면서 사람들의 기준의식도 많이 약해졌다.

따라서 제품구입시 표준보다는 가격을 주요 근거로 하는 경향이 깊어졌다.

다섯번째는 중국 표준화사업은 세계 자유무역체제와 국내적으로는 시장경제의 고속성장이라는 현상과 함께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표준관리체제는 여전히 계획경제 모델관리와 운영모델로 속박을 받고 있다.

결국 표준화사업과 시장수요가 조화를 이루지 못함에 따라 표준제정기간이 지연되고 효율이 낮아 국내외의 경제발전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표준화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개념정의부터 명확히 하는 한편 여러 가지 방식을 채용해 보고 관련 기술서비스도 적극적으로 전개해 모든 분야에서 표준화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프로젝트 설정에서부터 시장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그 수요에 따라 표준화를 추진해야 한다. 또 여러가지 방식으로 기준을 제정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이 현재 국가 기준화사업 프로그램에 따라 선진국수준의 제품기준을 꾸준히 제정하는 한편 기업들의 기준화사업을 적극 독려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이와 함께 정책적인 지원과 인력양성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정책적인 인력양성과 중·노년층 기술인력을 젊은 인력들로 교체하는 문제를 원만하고 신속히 수행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표준화 인력에 대한 요구가 아주 높으며 이들에 대한 대우도 어떤 분야보다 우수하다.

따라서 중국에서도 정책적으로 표준화 관련 기술인력의 정치·경제적 대우를 개선하고 그들의 관심사항을 충분히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표준화 실시는 사회 공익사업이므로 당연히 개방적인 관리방법을 택하고 사회에도 관련 기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술서비스나 자문기구들을 설치해 사회에 대한 기술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표준화사업도 더욱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베이징=고희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