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서 통신업계의 최대 고민은 IMF충격으로 인해 투자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통신업계의 대부인 한국통신이 이미 30%에 가까운 투자예산 축소를 결정한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통신사업자들이 재원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제2 시내전화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은 자본조달이 힘들어지자 국민주 공모에 나섰으며 온세통신도 시외전화 사업을 위해 증자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주주들의 사정이 한결같이 어려워 증자가 수월치 않은 실정이다.
통신사업자들의 설비투자 축소는 21세기 정보화 사회 실현을 위한 초고속 정보통신기반 구축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초고속정보통신기반 구축사업은 범정부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이긴 하지만 통신망 구축은 결국 통신사업자들의 몫이기 때문에 통신사업자들의 설비투자가 축소될 경우 「당장 시급하지 않은 분야」로 우선순위가 밀려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의 투자예산 30% 감축은 한국통신의 비중이 높은 통신장비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신기술들의 상용화 일정도 지연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통신이 통신망 고도화를 위해 올해부터 시행할 계획으로 지난해 수립했던 아날로그 교환기 교체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인지도 이와 관련해 관심을 모은다. 한국통신의 아날로그 교환시설(M10CN, No.1A)은 전체의 35% 가량인 7백93만7천회선에 달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이를 2006년까지 단계적으로 디지털 교환기로 교체하기로 하고 첫 해인 98년에는 23만7천회선을 교체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한국통신 관계자는 『아날로그 교환기의 디지털화 문제는 지능망서비스의 확산, 공통선신호망의 확대 등을 위해 시급한 문제여서 투자우선순위로 볼 때 다른 사업에 비해 앞선다』고 말하고 아날로그 교환기 교체사업은 예정대로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능망서비스 수요가 높은 사무용 빌딩 밀집지역에 주로 아날로그 교환기가 설치돼 있는 점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국통신이 올해 교체할 아날로그 교환기 지역은 영동전화국, 신사전화국, 성남전화국 등이다.
<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