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龍兌 한국정보산연 회장, 삼보컴퓨터 회장
우리는 이제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여러 대통령을 겪었지만 그중에 어떤 대통령은 주로 과거의 잘못들을 정리하는데 정력을 쏟았다. 실례를 무릅쓰고 이런 대통령을 그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청소부 대통령」이라 부르자. 국가발전을 위해 과거의 잘못된 적폐를 청소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만일 그런 대통령이 우리 국민을 「위대한 국민」이라고 찬양하면서 과거의 쓰레기만 치워주면 국민들이 스스로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미래를 향한 문을 크게 열고 종을 높이 두드리면서 국민들에게 미래로 향한 길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대통령을 「종치기 대통령」이라 부르자. 종치기 대통령은 국민이 아무리 훌륭한 능력을 가졌어도 비젼을 제시하고 전략을 만들어야 국민의 힘이 발전의 추진력으로 나타난다고 믿는 사람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훌륭한 대통령은 청소부 대통령인 동시에 종치기 대통령이어야 한다. 수레가 굴러가려면 두 바퀴가 동시에 굴러야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가의 지도자는 발은 땅에 있어야 하지만 머리는 구름 위에 있어야 한다. 청소부 대통령은 발만 땅에 있는 것이 아니라 머리까지 땅에 있어서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는 비젼을 국민에게 제시하지 못한다. 미래를 내다보고 비젼을 제시하며 큰 그림으로 전략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높은 자리에서 전체를 내다볼 수 있는 대통령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당장의 문제, 좁은 분야만을 들여다 보는 사람들에게 에워싸여 있으면 청소부 대통령으로 끝나버릴 위험성이 높게 마련이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밀레니엄, 새로운 세기의 문턱에 와 있다는 달력의 숫자상의 의미뿐 아니라 정보사회로 변환이라는 역사적인 일대 전환점에 와 있다. 특히 IMF시대라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옮겨야 된다는 구조적인 난관에 처해 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정보사회에 대하여 몇 가지 특징을 짚어 보기로 하자.
첫째, 정보사회는 변화의 속도가 지금까지의 변화와는 차원이 다르게 빠르다. 반도체와 컴퓨터 기술의 발달은 과거 30년 동안 성능은 백만배로 향상되고 같은 기능에 대한 가치는 백만분의 일로 떨어졌다. 앞으로 30년 후면 다시 컴퓨터의 성능은 백만배로 늘어나고 가격은 백만분의 일로 떨어진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변화이다.
둘째, 공간과 시간의 개념이 달라진다. 인터넷을 통해 국내외 어느 서점에서나 마음대로 책을 살 수 있다. 이처럼 인터넷세계(사이버 공간)에 올라가면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시간과 공간의 비용개념이 달라진다. 정보사회는 사람들이 주로 이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하는 시대가 된다.
셋째, 사회전반에 걸쳐 행동양식, 사고방식, 가치체계가 달라지며 문화 자체가 달라진다. 앉아서 전세계 유명 강사들의 강의를 골라잡아 들을 수 있고 농수산물도 생산자로부터 바로 살 수 있게 된다. 공장이 없는 제조회사, 지점이 없는 은행, 가게가 없는 백화점이 속속 등장하여 시장을 넓혀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을 위하여 종치기 대통령은 무엇을 하여야 할 것인가.
첫째,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필요하다. 지식만 가지고는 될 수가 없고 신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둘째, 강력한 리더쉽이 필요하다. 미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생소하기 때문에 그들이 이해하고 좋아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도출하려 한다면 미래에 대한 대응은 시기를 놓쳐버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강력한 리더쉽이 필요하다.
셋째, 미래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수 많은 프로젝트를 해야 할 필요는 없다. 가장 파급효과가 큰, 될 수 있는 대로 적은 수의 프로젝트를 확실하게, 강력하게 추진하여 그것이 성공을 거두면 온 나라에 효과가 미치게 해야 한다. 이때에 비젼을 모든 국민과 참여자가 공감해야 하고 그 효과는 가시적이어야 하며 그것이 실천 가능할 수 있도록 추진방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산업화를 위해서 우리는 일본을 보기로 뒤따라가기에 급급했으나 이제는 정보사회를 향하여 일제히 우향우 할 단계에 와 있다. 천만다행으로 지금 우리나라는 마음만 먹으면 정보사회의 선진국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의 바람은 차기 대통령이 IMF로 찌든 국민들에게 미래의 문을 활짝 열고 새로운 희망을 알리는 종을 높이 쳐 주었으면 한다. 종치기 대통령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