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자 관련 정부조직 일원화 방안

정부조직 개편안이 확정되면서 정부 투자기관 및 공기업들의 조직개편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자산업계가 전자산업관련 정부조직의 일원화를 건의한 것은 한마디로 세계 전자산업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한 것으로 이는 시급히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물론 정부의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산업시책 방향에 대한 이같은 건의는 비단 전자산업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이는 우리나라 산업전반에 걸친 문제로서 그동안에도 정부의 행정규제 완화차원에서 또는 민간주도형 경제체제로의 전환과정에서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지만 정부부처간의 여러가지 입장차이로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추진과 관련, 전자산업진흥회, 반도체산업협회, 전자공업협동조합 등 3개 유관단체가 공동명의로 정부조직개편 심의위원회에 제출한 건의내용은 국제통화기금(IMF) 시대의 경제위기를 맞아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근본대책이라는 점에서 관계당국은 이에 대한 깊은 관심과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

전자산업진흥회 등 3개 유관단체들은 이 건의를 통해 특히 전자산업의 경우 멀티미디어화가 세계적인 흐름으로 가전, 반도체, 부품, 정보통신, 컴퓨터 등 산업기술의 융합화가 날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데도 우리만 정보통신의 특정품목을 따로 분리시켜 산업발전을 위한 정부기능을 이원화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멀티미디어화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의 기술개발 과제선정이나 자금지원 또는 관계법령의 정비 등이 과학기술처, 통상산업부, 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관련기기와 부품, 기기와 기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간의 상호유기적인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부처간의 이해관계를 떠나 차제에 용단을 내려야 할 사항이다. 또 이로 인해 공업입지 조성이나 개발자금 지원, 기술인력 양성, 시장정보 제공 등 여러가지 산업발전 정책의 비효율과 정책추진의 집중력 저하를 초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이런 점에서 품목별, 기능별로 분산되어 있는 산업 관계부처의 기능을 통합하고 강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현재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중소기업들이 가장 발달되어 있는 대만의 경우도 정부의 산업발전 기능이 경제부로 일원화해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밖에 정부조직 산하에 있는 관련 연구소나 단체 등에 있어서의 유사기능이나 중복업무의 조정도 시급하다.

특히 정부조직 산하가 아닌 업계 자율단체의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차제에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들 각종 단체들은 정부의 수출입 추천 대행 등 정부 위임업무와 함께 대정부 건의 등을 통해 정부기능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관련산업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업종별, 품목별, 기능별로 유사단체가 난립함으로써 업계의 불편과 부담을 안겨주면서 비능률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모 대기업의 경우 본사 차원에서 가입한 단체가 무려 1백20개 단체, 여기에 사업장별 가입단체까지 합치면 총 1백65개에 달하며 이들 단체에 납부해야 하는 회비만도 연간 7억여원 수준이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전자, 정보통신 업체들이 현재 30여개에 달하는 관련단체에 납입하는 회비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본지보도에 따르면 연간 회비가 대기업의 경우 수억원, 중소기업의 경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한다고 하니 결코 적은 부담이 아니다. 특히 정보통신, 컴퓨터분야의 경우 타업종에 비해 비교적 유사단체가 많은 것도 문제다. 이는 이들 산업의 정책이 품목별, 기능별로 정보통신부, 통상산업부, 과학기술처 등으로 각기 분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산하단체 설립을 적극 반대할 수 없는 정부 부처의 입장도 결과적으로 유사단체의 난립을 부추키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IMF시대의 위기극복을 위해 수출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전자산업의 수출촉진과 전자산업의 발전 및 산업계의 불편 해소를 위해 3개 전자산업 유관단체가 건의한 전자산업 관련 정부조직의 일원화 방안이 정부조직 개편안의 심의, 처리과정에서 적극 반영될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