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전화 경쟁사인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이 전화번호 확보 문제로 정면 충돌했다.
하나로통신은 자사 가입자들에게 부여할 국번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서울은 1천국 단위, 지방은 1백국 단위를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최근 정보통신부에 요구했다. 서울은 5×××, 즉 5자로 시작하는 1천개의 국번을 새로 만들어 하나로통신이 독점 사용하고 지방은 지역 사정에 따라 1백국 단위씩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하나로통신은 『자사 가입자들에게 국번호의 통일성을 부여함으로써 이용자의 혼란을 방지하고 접속지연시간(PDD) 등 부당한 품질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5×××국의 단독사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로통신의 요구가 수용될 경우 현재 서울 강남, 과천 지역에 주로 수용돼 있는 5××국은 올해말까지 25××국으로 전환되며 하나로통신에 신규 가입하는 전화번호는 5×××국이 부여된다.
그러나 하나로통신의 이같은 요구는 지난해 6월 정보통신부가 마련한 「중장기 번호관리정책」을 뒤엎는 것인데다 전화가입 회사를 바꾸더라도 번호는 변경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시내전화 번호이동성의 원칙에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마련했던 시내전화 번호부여 계획에 의하면 서울지역은 현재 사용중인 2××국을 22××국으로 전환하고 0××, 1×× 등 미사용국번 앞에 2를 첨가해 20××, 21××국 등 2백개 국번을 새로 만들어 이를 신규사업자 용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었다.
더욱이 이해당사자인 한국통신은 기술적, 경제적, 시간적 이유를 들어 5×××국번의 신규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통신에 따르면 현재 서울, 과천 지역의 5××국 가입자는 모두 73만명(하나로 주장은 19만6천명). 이 가운데 국번을 네 자리로 바꿀 수 없는 구형 교환기(M10CN)에 수용된 가입자는 모두 12만6천명(하나로 주장은 7만명)이다.
5××국 가운데 일부만 25××국으로 바뀌는 데 따른 이용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M10CN교환기를 교체해야 하지만 2백30억원의 교체비용이 들고 물리적인 전환기간도 1년 반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국통신의 주장이다.
한국통신은 또한 2××국을 22××국으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이 올해 9월 완료 예정으로 진행중에 있음을 들어 기존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번호전환에 따른 이같은 기술적인 문제들은 사업자들의 의지만 있으면 어느 정도 해결가능한 사안이다. 하나로통신은 한국통신이 교환기를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도 부담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하나로통신이 국번호를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식별번호처럼 마케팅 자원으로 사용하기를 원하는 데서 출발한 것이다. 하나로통신은 1천국 단위의 국번호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당초 기회있을 때마다 주장해 온 번호이동성의 원칙과 5××× 국번 단독사용 주장이 서로 엇갈리는 부분도 하나로통신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로통신의 번호확보 논리는 오히려 「신규사업자의 시장진입을 도와줘야 한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측면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용자 불편의 최소화, 번호자원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번호운영원칙 하에서 하나로통신의 「식별번호」 요구가 수용될 것인지 정통부의 처리결과가 주목된다.
<최상국기자>